신천지피해자연대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 구속수사와 가출자녀 귀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단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확산 과정에 책임이 있다는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 총회장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는 29일 신천지 포교활동의 피해자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연대(전피연)가 고발한 이 총회장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앞서 전피연은 지난 27일 대검찰청에 이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구체적으로 신천지가 신도명단 제출 등에서 방역당국에 비협조적이었고 이 과정에 이 총회장이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전피연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총책임자인 이 총회장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에 고발했던 이 총회장 횡령 의혹 등에 대해서도 추가자료를 제출하며 검찰의 전면 재수사를 주문했다. 이 총회장과 '신천지 2인자' 김남희가 신천지 자금을 유용해 경기 가평과 경북 청도 등에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매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이 총회장을 직접 형사처벌하기는 지금 상황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먼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이 총회장이 거짓자료 제출이나 은폐에 관해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적어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흔적이 나와야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출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신천지 내부 소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이 이 총회장 지시가 담긴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회장에 대한 수사에 앞서 신천지가 위법하게 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에서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최대 징역 5년을 받을 수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적용 가능하다.
문제는 거짓 진술이나 자료제출 과정에서 의도성이 있었는지다.
신천지 측이 고의로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할 경우 범죄로 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교단 내 횡령 등 혐의가 이 총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횡령의 경우 이 총회장에게 직접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갑자기 이 총회장의 횡령 사건을 다시 수사하겠다고 나설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경기 과천경찰서는 이미 2019년 7월 해당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아직 사건을 결론짓지 않은 상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이 총회장의 횡령 혐의는 감염 확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인다"며 "법무부를 중심으로 인권수사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과거의 사건으로 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나선다고 해도 교단 내 횡령은 기업과 달리 흔적이 별로 없어 수사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인만큼 검찰이 강력한 수사에 나서 이 총회장의 혐의사실이 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을 통해 신천지 교단의 허위진술 등을 언급하며 압수수색과 구속수사 등으로 강력 대처하라는 지시를 일선청에 내리기도 했다.
법무부는 "(신천지) 신도 명단이 정확하지 않게 제출되고 있고 접촉 동선을 허위로 진술하거나 감염원으로 의심되는 장소 위치정보가 전부 공개되지 않아 보건당국의 신속한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에 대한 의도적, 조직적 거부·방해·회피 등 불법사례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의 고발 또는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을 비롯한 즉각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구속수사하는 등 엄정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검찰 수사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검찰이 당시 세월호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씨의 일가비리 수사에 돌입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