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해줘 1', '구해줘 2', '작은 신의 아이들'. 사진 아래 왼쪽부터 '사이비', '사바하'(2장), (사진=각 방송사·배급사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이단 신천지의 존재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사이비', '이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때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사이비 종교의 민낯과 위험성을 드러낸 드라마와 영화 5편을 소개한다.
◇ "사이비 세상을 구원하다"_OCN 드라마 '구해줘' 시즌 1국내 최초 사이비 소재를 다룬 드라마 '구해줘' 시즌 1(연출 김성수, 극본 정이도, 2017)은 어느 날 골목에서 마주친 한 여자로부터 "구해줘"라는 말을 듣게 된 네 명의 백수 청년들이 이 여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일어나게 되는 사이비 스릴러 드라마다.
드라마는 조금산 작가의 '세상 밖으로'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인 무지군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 '구선원'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극 중 구선원의 모습에서 언론에도 종종 언급되는 실제 다양한 이단의 모습을 떠올린 사람도 많다.
사이비 집단과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잘못된 믿음, 달콤하게 포장된 거짓 구원이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하는지 보여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 "진짜 같은 가짜"_OCN 드라마 '구해줘' 시즌 2'구해줘' 시즌 2(연출 이권, 극본 서주연, 2019)는 궁지에 몰린 마을을 구원한 헛된 믿음, 그 믿음에 대적하는 미친 꼴통의 나 홀로 구원기다. 드라마는 지난 2013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댐 건설을 위해 수몰 지역으로 선정된 월추리 마을에 종교 단체를 세우려는 최경석(천호진 분)과 홀로 그에게 대항하는 미친 꼴통 김민철(엄태구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모두가 진짜라고 믿는 '헛된 믿음'을 홀로 알아보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기꾼들에 의해 종교가 어떻게 이용되는지가 '구해줘' 시즌 2의 주된 내용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에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구해줘' 시즌 2는 사이가 좋던 마을 사람들이 맹목적 믿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나약해진 사람의 마음, 절망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사이비가 어떻게 파고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경고를 던진다.
◇ "그들의 마음이 어두워져서 깨닫지 못함이니라"_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작은 신의 아이들'(연출 강신효, 극본 한우리, 2018)은 '팩트-논리-숫자'만을 믿는 엘리트 형사 천재인(강지환 분)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신기 있는 형사 김단(김옥빈 분)이 베일에 싸인 거대 조직에 얽힌 음모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를 오컬트와 수사물이라는 장르와 버무려 시청자의 몰입을 높였다.
거대한 사건의 뿌리인 '천인교회'는 전대미문의 집단 죽음과 얽혀 있는 사이비 종교다. 천인교회는 다양한 악행은 물론 정치, 경제 권력과 결탁해 거대한 악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드라마는 이를 묘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광적인 믿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또한 헛된 믿음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_애니메이션 '사이비''사이비'(감독 연상호, 2013)는 '돼지의 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사이비 교회에 맞서는 술 먹고 노름하는 '나쁜 아버지'와 그럴듯한 말로 위로를 하지만 알고 보면 마을 사람들 등쳐 먹는 또 다른 '나쁜 아버지'(사이비)를 그려낸다.
마을에 새로 생긴 교회 목사가 기적을 행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을 홀린다. 딸과 아내가 교회에 빠지자 폭군인 아버지는 사이비 교회 목사와 장로에 맞서 싸운다. 연상호 감독은 이처럼 흔히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
◇ "가짜를 밝혀야 한다"_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의 '사바하'(2019)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로,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 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신흥종교의 반사회성을 파헤쳤던 종교문제연구가 탁명환 소장의 생애를 모델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맹목적인 믿음이 낳는 비극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경고한다. 이 과정에서 믿음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가짜 믿음'에 빠져드는지, 우리가 '진짜'라 알고 있던 믿음과 사실을 의심한다는 건 무엇인지 등에 관해 질문한다.
'사바하'는 지난해 2월 개봉을 앞두고 이단 신천지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극 중 박 목사가 국내 이단 종교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을 두고 신천지에서 단체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사바하' 측은 해당 대사를 재녹음해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