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공항 입국한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일본이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일본내 코로나19 미검사 근거를 한국의 '의료붕괴'에서 찾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사 '비즈니스 저널'은 11일 '신종 코로나 PCR 검사 억제는 일본 정부의 영단(英断·지혜롭고 용기 있는 결단)인가…철저한 검사로 의료붕괴된 한국과 이탈리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언론사는 코로나19 검사를 늘려야 한다는 일본내 여론에 한국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경증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검사하는 것은 폐해가 있다. 한국도 대량으로 검사를 실시하면서 '의료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4일 'JB 프레스'에 글을 기고해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이 일본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의료붕괴'에 가까운 상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대부분이 연수원 등에 고립돼 의료인들의 집중적인 관리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 확진자가 집중되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자택 대기하다가 증상이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집중 보도는 그대로 여론까지 이어졌다. 일본 최대 IT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1일 코로나19 검사를 100만 명에게 무상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가 뭇매를 맞은 사례가 그렇다.
일본 네티즌들은 손 회장의 제안에 "검사 기관에게 과잉 부담이 된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검사 남발은 삼가 달라", "무증상 양성환자나 가짜 영상이 의료현장에 넘쳐 의료붕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손 회장은 몇 시간 만에 "검사하고 싶어도 검사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 제안했지만 반대하니 그만두는게 나을까"라고 새롭게 글을 올려 지원 철회를 암시했다.
한국 출신 규슈대학 학생이 고안한 '코로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앱을 칭찬하는 기사가 9일 야후 재팬 뉴스 헤드라인에 올라오자 대다수 일본 네티즌들은 "이런 맵이 있어봤자 소문에 따른 피해만 생길 뿐 감염을 막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유언비어 맵이 인기라는 건가" 등의 의견을 내놨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코로나19 검사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검사 확대가 오히려 중증 확진자의 병상 부족을 초래할뿐만 아니라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확진자의 치료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현저하게 적은 검사 수치로 내부 불안감이 확산되자 그 반증을 한국에서 찾는 일본 정부의 행태에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조작·왜곡 여론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문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용찬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은 국민들의 불만이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의 시행착오를 '침소봉대'하면서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국민들이 지나치게 개인화돼 있어 집단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 아베 정부는 충분히 자신들의 뜻대로 국민들이 움직이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내부 결속을 위한 적대세력이 필요하니 또 한국을 이용하고, 충분히 코로나19 사태가 은폐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국 깎아내리기에 치중할수록 컨트롤타워 부재를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한국의 보건복지부 역할을 하는 후생노동성이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처럼 감염증에 집중 대응할 수 있는 전문 기구가 없다"면서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움직여서 가뜩이나 유동적인 재난 위기 상황에 대응을 못하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조차 부재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