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거래가 종료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 화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증시가 10%대 넘나들게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의 수렁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일제히 9% 넘게 폭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52.60포인트(9.99%) 하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120년 다우존스 역사상 22.6% 하락하며 최악의 폭락으로 기록된 1987년 ‘블랙 먼데이’ 때 이후 최대 낙폭이다.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내린 2,480.64에,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내린 7,201.80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급격히 주가가 빠지면서 주식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혼란의 전조를 알렸다. 서킷브레이커는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S&P 500지수가 7%이상 급등락을 보일 때 발동되는데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에 재현됐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각국 주요 증시는 일제히 10% 이상 급락하며 뉴욕 증시 폭락을 견인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1987년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2.24% 내린 9,161.1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2.28% 떨어진 4,04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하며 1998년 지수 탄생 이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유럽과 뉴욕 증시의 폭락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전격적인 입국금지 조치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WHO는 전날 11년 만에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유럽에 대해 13일부터 30일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단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책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폭락세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ECB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순자산매입을 확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일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ECB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자산매입규모를 1천200억 유로(162조7천500억 원) 더 늘리겠다는 내용등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소폭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금리는 내리지 않았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캐나다와 호주, 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ECB도 예금금리를 0.1%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잇따른 폭락으로 세계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이날 이틀 연속 폭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가까스레 30달러 선을 지켜냈다. WTI는 지난 9일 24.6% 급락 뒤 다음날 10.4% 급반등했고, 11일에는 다시 4.0% 급락세로 돌아서는 등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