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코로나19의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쇼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한 데 이어 국내 증시도 파랗게 질리게 했다. 공포에 질린 주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서킷브레이커'는 이날 오전 중에 코스닥·코스피 시장 모두 발동돼 거래를 일시 중지했다.
◇ 코스닥 시장 시작과 함께 서킷브레이커 발동, 코스피 시장도 10시 43분쯤 발동
간밤에 뉴욕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자 국내 증시는 곧바로 타격을 받았다. 코스닥 시장은 시작과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1분간 하락할 때다.
이렇게 되면 20분간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전 지난 2016년 2월12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대로 인한 해외 주요 증시가 급락한 이후 4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전 10시 43분쯤에는 코스피 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9.40포인트(8.14%) 내린 1684.93을 가리켰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발한 직후 거래일인 2001년 9월 12일 이후 18년 6개월 만이다.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11번째, 12번째다. 역대 서킷브레이커 발동 사례는 지난 △2000년 4월 17일 블랙프라이데이 당시(코스피) △2000년 9월 18일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와 유가급등 당시(코스피) △2001년 9월 12일 미국 9·11 테러 당시(코스피) △2006년 1월 23일 미국 증시 악화 및 테마주의 급락 당시(코스닥) △2007년 8월 16일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코스닥) △2008년 10월 23일~24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거래일 연속(코스닥) △2011년 8월 8일~9일 미국 신용등급 하향 충격 당시 2거래일 연속(코스닥) △2016년 2월 12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해외주요증시 급락 및 북한 리스크 재부각 당시(코스닥) 등이었다.
◇ 서킷브레이커, 증시 안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서킷브레이커는 주가 급락 시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해 주식 매매 자체를 중단시키는 장치로 전날 발동됐던 사이드카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다.
일정 이상의 전류가 흐르면 자동적으로 녹아 전류를 차단해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회로 차단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증시에서도 외부 충격으로 투자 심리에 과도한 변화가 생겼을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해 비이성적 흐름을 차단하고자 도입됐다. 국내에 서킷브레이커가 최초 도입된 것은 코스피 시장은 1998년 12월 7일, 코스닥 시장은 2001년 10월 15일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1분간 하락할 때, 서킷브레이커 1단계가 발동된다. 1단계에서도 진정되지 않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1%이상 추가 하락하는 게 1분간 지속될 때는 2단계가 발동된다. 1단계가 발동되지 않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15% 이상 하락할 때도 2단계가 발동된다.
3단계는 2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점 대비 또 1% 이상 추가 하락이 1분간 이어지면 발동된다. 1단계나 2단계를 발동하지 않았는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20% 이상 하락할 때도 3단계가 발동된다.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발동됐던 사이드카도 증시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주식 시장의 미래 가격을 의미하는 선물지수가 급락할 경우 이로 인해 일어날 현물 시장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이드카를 발동해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다.
서킷브레이커가 증시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사후 처방이라면, 사이드카는 선물이 현물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서킷브레이커는 증시 안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