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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마비에 업로드 안돼…대학가 '온라인 개강' 첫날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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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버 마비에 업로드 안돼…대학가 '온라인 개강' 첫날 혼선

    • 2020-03-17 05:00

    대학들, 교육부 권고에 개강 연기한 뒤 '온라인 강의'로 대체
    사전 공지 없거나 수업 영상 게시되지 않아 혼란…접속자 폭증에 서버 '다운'되기도
    학교·수업별로 강의 진행 방식 달라…학생들 "과제로만 진행되는 수업도 있어"
    일각에선 등록금 감면·지출 내역 투명 공개 요구도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정부 권고에 따라 개강을 늦춘 대학들이 대부분 16일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지만, 첫 날부터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동시간대 학생들의 접속이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되는가 하면, 어떤 공지도 없이 수업이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럴거면 등록금은 왜 가져갔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올라오지 않는 수업…결과는 '결석'처리?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고려대·국민대·동국대·서울대·숙명여대·한양대 등 서울 대다수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했다.

    올해 국민대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박모(19)씨는 "강의를 듣기도 전에 기가 빨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박씨의 첫 수업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강의는 제 시간에 올라오지 않았다.

    박씨는 "수강생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우리가 영상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 며 다들 불안해 했다"면서 "모니터 앞에 앉아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수업은 올라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출결 시스템상 이들은 '결석' 처리가 됐다고 한다. 이에 학교 측은 뒤늦게 공지를 통해 "내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한양대 4학년 이모씨 역시 "개강 전 주부터 강의별로 온라인 강의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개강일까지도 공지하지 않은 교수님들이 많았다"면서 "학과 행정팀에도 문의했지만 피드백이 오지 않았다. 혼란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동시간대 몰린 접속자 수를 감당하지 못해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도 있었다.

    고려대는 전날 오전 공지를 통해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대 또한 "서버 긴급 점검으로 동영상 업로드 및 시청 서비스가 잠시 중단된다"고 공지했다.

    이에 한 고려대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올려 "학교가 온라인 시범 강의를 운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한 20분 정도 교수님께서 테스트 강의 하시고, 서버가 어떻게 되는지 테스트도 했었으면 이런 사태는 최소화되지 않았을까"고 꼬집었다.

    ◇제각기 다른 수업 방식에 '혼란' 가중…"강의 없이 과제로 대체한 교수도 많아" 지적

    학교 측이 교수들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제각기 다른 수업 진행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교수들은 △실시간 화상 강의 △온라인 녹화 강의 △과제 중심 강의 중 하나를 선택해 수업을 진행했다.

    한 서울 사립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수마다 방식도, 체제도 너무 달라 일일이 확인하기도 벅차다"면서 "방식을 통일하면 좋겠다", "이럴 거면 휴학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과제 중심 강의'를 채택한 교수들도 많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교수가 수업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과제 제출'로 대체한 경우를 말한다.

    한 한양대 학생은 "이번 학기 수강하는 강의의 절반이 온라인 녹화 강의, 나머지가 과제 중심 강의"라며 "이런 식으로 수업을 대체하면 2주를 허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이 '자습학원'이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주 동안 스스로 공부하기가 과제"라며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학사관리방안 브리핑을 갖고 "3월 신학기 개강시기를 4주 이내에서 대학이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반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비교적 잘 정착된 대학도 있었다.

    동국대의 경우 교수들에게 녹화 강의보다는 '실시간 강의'를 권장했다. 이에 전날 기준 실시간 강의 진행률 83%를 달성했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교수와 학생의 실시간 눈맞춤을 강조해 되도록 실시간 강의를 하도록 권장했다"면서 "실시간 강의는 서버가 필요 없다보니 접속이 지연되는 일도 없었다. 학생들도 대체로 만족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내 게시판에 "댓글 읽어주는 교수님 신선하다", "(학교 측에서)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 느낌이 든다. 학교 측이 수업의 정상 궤도를 최대한 빨리 올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 "수업의 질 담보 위한 대책 마련해야…등록금 지출 투명 공개" 요구도

    대학생들은 수업의 질 저하 등을 근거로 등록금을 감면하거나 학교 측이 등록금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1학년 학생 김모(19)씨는 "실습이 주를 이루는 음악대학 같은 경우 등록금이 환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빚어진 대학가 혼란의 책임은 학생들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넷이 지난달 27일부터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만 5천여명 중 65.5%가 학사 일정 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수업의 질 담보를 위한 대학 본부와 교육부의 대책 마련 △등록금 내역 중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출한 경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하반기 등록금으로 반환하는 등의 조치 △학생·학교·학생·교육부 간 소통 채널 확보를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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