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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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인하해 연 0.75%로 정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위축 및 교역차질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 반영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국내의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을 줄이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사상 첫 0%대 금리시대에 진입하면서 이번 기준금리가 인하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일정부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는 시장의 공포심리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방위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영세자영업나 중소기업의 이자부담도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실제 실물경제 회복과 금융안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교역제한으로 인한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도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식시장은 상당기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850조원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코스피는 3% 넘게 빠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실물 경기쪽에 영향을 미쳐 경기하강을 방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실물경제 타격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불안한 금융시장이 다시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전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하 외에도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에 있을 경우 금리인하나 재정투입 등이 이뤄진다 해도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 일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L자형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L자형 경기침체란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 들고 이후 회복 기미 없이 저점 상태에 장시간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면서 한국발 승객을 제한하는 나라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기업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교역·투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각국이 입국 및 이동제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위축 장기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외교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 기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모두 142개 국가·지역으로 늘었다.
미국은 유럽발 입국자를 막는다고 발표했고 유럽에서는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에 복합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2.1%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전망치 숫자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전망은 현재로서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가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가계의 차입비용을 낮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고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한은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론적으로 주택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택가격은 금리 말고도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일관성 있게 정책이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