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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무효? 수천만원 날렸네요"…토사구팽 청년정치

국회/정당

    "공천 무효? 수천만원 날렸네요"…토사구팽 청년정치

    [인터뷰] 통합당 이윤정 전 광명시의원
    청년경선 승리로 공천받았지만 '무효'
    "경쟁력? 종로 후보도 취약하잖아요"
    "대부분 진입장벽에 좌절…보완해야"

    30일 국회 의원회관 휴게실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윤정 전 광명시의원(사진=김광일 기자)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 공천에서 청년을 전면에 내세울 독특한 제도를 만들었다. 수도권에서 젊은 층 인구 유입이 많았던 8개 지역을 '청년 벨트'로 묶어 청년 후보들을 우선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퓨처 메이커(Future Maker), 미래 창조자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년 후보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해당 지역에서 기존에 활동하던 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럽고, 대구·경북(TK) 등 이른바 당 텃밭 지역은 빠진 채 험지로 불리는 수도권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래 파괴자(Future Destroyer)'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물론 이렇게라도 패자부활 기회를 얻은 후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최악의 경우 경쟁을 뚫고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막판 당 지도부 직권으로 공천이 무효화 된 사례도 있다. 경기 의왕과천 후보였던 이윤정(32) 전 광명시의원은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고개를 떨궜다.

    CBS노컷뉴스는 공천 작업이 끝난 뒤인 30일 이 전 시의원을 만나 청년정치가 어떻게 이용되고 소모됐는지 직접 들어봤다. 기성정치의 높은 문턱에 절망했던 그는 공천 과정의 잡음을 초래한 지도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장은 선거비용으로 썼던 수천만원을 힘겹게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음은 이윤정 전 시의원과의 일문일답.

    ▶ 공천 무효가 결정됐던 지난 25일 취재진 앞에서 눈물 보였던 걸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성 정치인이 우는 걸 싫어하는데 그날은 너무 화가 났어요. 캠프에서 활동을 같이했던 동료들의 격려로 이제 좀 추슬렀습니다"

    ▶ 당 최고위원회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었죠.

    "당헌·당규상 최고위에서 공천을 취소하려면 선거법 위반이나 부정부패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쟁력 부족이라니요. 질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그건 굉장히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봐요. 저는 그래도 지난 4년간 기초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했고 여의도연구원에서 정책개발을 맡았던 나름 훈련된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경쟁력을 운운하신다면 당내 어느 청년이 그런 기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결국 파트너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거 아닌가요. 청년은 그냥 요식행위로 한두명만 있으면 되고 세대를 대변할 사람까지로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 아닌가요. 저는 진짜 압도적으로 이길 자신 있었습니다"

    ▶ 압도적으로? 근거는요?

    "의왕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하셨던 분이 저를 지지선언 하기도 했어요. 그분과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선거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중도표를 흡수하는 정책, 홍보물을 생각했어요. 콘크리트 지지율 30~35%만 보고 가는 전략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결국 뛰지를 못했네요(헛웃음)"

    ▶ 그런가요? 경쟁력 때문이라는 사유가 뜬금없긴 합니다.

    "경쟁력 운운하면 우리 종로에서 뛰고 계신 모 후보님이 제일 취약한 것 아닌가요? 오늘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20% 이상 차이 나시던데. 이게 되게 자기모순적인 거예요. 본인들도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유독 청년에게만 강하게 대고 있잖아요. 초법적 결정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공개 사과를 받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지도부 총사퇴까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런 주장을 혹시 공천관리위원회에는 전달했나요?

    "사실 25일 공관위를 찾았을 때 스스로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는 한 상태였어요. 공관위가 처음에는 강력하게 말씀하시다가 나중에는 '최고위에 맡기겠다'라며 워딩을 미세하게 바꾸더라고요. 저는 공관위가 차라리 저에 대한 공천을 직접 취소해주길 바랐어요. 그런데 그 결정을 최고위에 넘긴 것 자체가 사실 좀 비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관위에서 청년벨트와 퓨처 메이커를 어떤 취지에서 만들었는지 이해는 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힘의 논리에 매듭을 짓지 못한 부분은 아쉽습니다.

    ▶ 애초 '김세연 키즈'라는 딱지가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됩니다.

    "김세연 원장 시절 여의도연구원에 8개월 일했던 걸로 김세연 키즈라고 한다면, 이 정당에 8년 동안 있었는데 그건 뭐가 됩니까. 줄 서기, 계파 정치 해오신 분들의 시각인 것 같은데요. 밀레니얼 세대는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합니다. 그렇게 색을 씌우는 건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씁쓸하네요"

    (사진=김광일 기자)

     

    ▶ 이번 선거, 처음엔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처음부터 의왕과천에 신청했던 것 아니었잖아요.

    "처음엔 서울 강남병에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우리 당에선 상징적인 곳이죠. 이은재 의원님이 현역인데 60대 지원자가 나선 것 보고 '이렇게 도전자가 없을 수 있나' 하는 문제의식에 도전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다른 좋은 후보님이 많이 계셨더라고요. 그 이후 퓨처 메이커 공고를 받아 의왕과천 공개 오디션에 신청한 것입니다. 리스크도 있었지만 오디션으로 선발이 되면 청년이라도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공천이 결정된 뒤 번복되기까지 2주 동안은 4월 15일만 바라보고 활동했죠. 선거운동은 어떻게 했나요?

    "일단은 당내 수습이 먼저였어요. 제가 오디션 경선으로 선발되긴 했지만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노력하셨던 후보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보듬는 시간, 조직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수막을 달거나 핑크색 점퍼를 입고 뛰는 건 아직 하지 않았었어요"

    ▶ 가정이긴 하지만 바로 유세에 뛰어들었으면 공천을 번복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서 저도 꼭 그랬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봤어요. 그런데 사실 그 2주 동안 이미 본격적으로 뛰기 위해 세팅은 다 해놨었어요. 공보물 디자인 시안도, 현수막도 다 나왔고, 점퍼, 티, 피켓 이런 것들이 다 진행 중이었어요. 그래서 경제적인 상처도 좀 있어요.

    ▶ 지출이 얼마나 됐습니까?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수천만원 수준이에요. 사무실은 의왕, 과천 2곳에 임대를 했고 로고송 등등 모든 활동이 지출로 귀결이 됩니다. 함께 공천이 취소된 다른 후보도 수천만원 수준을 지출했다고 들었어요"

    ▶ 당 총선기획단에서 청년 후보 지출을 보전해준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런 공약을 냈었는데 그게 전부 수용된 건 아니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앞으로 2~3년 동안은 이 빚을 갚기 위해 시간을 다 써야 합니다. 앞으로 잠을 줄이고 투잡, 쓰리잡을 해서라도 갚아야죠. 이전까지는 여의도연구원에서 객원연구원으로서 일정한 임금을 받았고 컨설팅이나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수익을 얻었었어요. 청년 정치인들은 다 겪는 문제예요. 예전에 바른정당에서 대거 나왔던 청년 후보들도 상당수가 그걸 갚느라 고생하고 있어요"

    ▶ 퓨처 메이커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돈이겠군요.

    "그렇죠. 퓨처 메이커가 아니었다면 고민하지도 않았겠지요. 하지만 퓨처 메이커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50~60대가 만든 공천 기준은 조직력, 경제력, 경력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젊은 사람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긴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진입장벽에 항상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는 청년들이 한번 사과나무를 심자는 심정으로 참여했어요. 우리가 도약할 만한 도시에 정치적인 도전을 실행한다는 마음으로요"

    ▶ 그런가요? 나중 얘기지만, 22대 총선 공천에도 필요하다고 봐요?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이 제도 덕에 청년 후보들이 패자부활전 기회를 얻은 건 팩트죠. 다만 당선이 될 만한 곳에 선발을 하는 식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문제는 저와 같은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이 신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투표까지 해서 선발했는데도 번복이 됐잖아요"

    ▶ 이번에 국회의원이 됐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었습니까?

    "정당법, 선거법을 개정해서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감사와 견제를 받도록 하고 싶었어요. 당에서 예비 정치인을 양성하고 훈련을 시키는 시스템이 법으로 규정되게 하고 싶었고요. 젊은 분들의 정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정 금액을 대출하게끔 한다든지 대출 이자를 어느 정도 내준다든지 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저는 우리 당을 정말 사랑해요.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이 정당민주주의를 확립했으면 좋겠어요.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립된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겠어요. 이 부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전면에 나설 거예요. 보수를 사랑하는 청년들과 같이요"

    ▶ 이런 수모를 겪고도 계속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저는 정치가 세상을 바꿀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걸 회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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