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모습. 왼쪽부터 박능후 복지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재갑 노동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정부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소득 하위 70% 기준 설정’ 등 세부 시행 방안 마련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범위를 '소득 하위 70%' 가구로 확정했다.
상위 30%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끝을 아직 알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재정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좀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지급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른데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그리고 4인 가구 이상은 100만 원이다.
정부는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로 지급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예금이나 공과금 납부로 빠지지 않고 바로 소비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 정작 '소득 하위 70%' 기준은 미정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 가구는 지급 대상인가, 아닌가?'이다.
소득이 명확하게 낮은 가구는 판단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구 소득이 지급 기준선 근처로 추정되는 가구들은 소득 하위 70% 해당 여부를 지금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구원 수에 따른 가구 소득 분포 자료가 아직 없기 때문인데 보건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재산과 소득을 다 합쳤을 때 받을 사람이 받고 안 받을 사람은 안 받도록 사회적 형평에 맞게끔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70% 기준 설정에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고려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은 크게 줄었는데 자동차나 부동산 등 재산에 걸려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가구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기준 시점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할 것이냐, 이후로 할 것이냐를 놓고도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여전히 국채 발행 꺼리는 홍남기 부총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모두 9조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8대2 비율로 부담한다는 계획인데 중앙정부 부담분 7조 1000억 원은 '2차 추경' 편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존 예산을 최대한 쥐어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부분을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충당하겠다"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부분적으로 적자 국채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가 국채 발행을 극도로 꺼리는 까닭은 재정건전성 때문이다.
그러나 '준전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마치 '신성불가침'인 양한다면 전례 없는 대위기에 직면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 총선 후 '2차 추경' 처리 문제없을까?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여야 정치권 시계는 사실상 추경과 전혀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다.
다음 달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선거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막상 총선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2차 추경안 심의와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총선이 끝나면 민심에 대한 정치권 민감도가 총선 전보다 훨씬 약해지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대규모 긴급재난지원금이 정말 필요한 때에 시행되지 못하면서 그 의미를 완전히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