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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디스코드→?…기는 법과 제도 위 나는 'n번방'

IT/과학

    텔레그램→디스코드→?…기는 법과 제도 위 나는 'n번방'

    플랫폼 사업자 의무강화 강화 등 대책 쏟아지지만 실효성은 글쎄
    방통위 "해외사업자, 시정요구 관철되지 않아"…업계 "규제강화, 국내사업자만 옥죌까 우려"
    전문가 "지금도 규제 넘쳐…사법‧행정 집행력 실효성 높이는 대책 나와야"
    국제 사이버범죄협약 가입해 국제공조 강화‧수사기관 암호화폐 추적역량 강화에 투자‧디지털성범죄물 파파라치 제도 도입 등 대안도

    (일러스트=연합뉴스)

     

    성착취영상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인 'n번방'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가해자 처벌 강화와 함께 텔레그램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설픈 제도 개선보다는 현 제도의 공백을 점검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부‧국회, 해외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갸우뚱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n번방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성착취동영상 등 불법음란물을 유통하는 업자들은 '디스코드(Discord)'와 '위커(Wickr)'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이 디스코드와 위커 등을 '새로운 채널'로 선택한 이유는 국내 수사‧규제 당국의 영향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해외 플랫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국은 텔레그램 본사 위치는 물론 연락처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회사 공식 이메일로 협조 요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을 제외하면 다른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당국의 대처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업자에게도 불법음란물에 대한 모니터링 책임 등을 지우고 해외사업자가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등에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 강화 움직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역외적용 규제를 만든다고 해도 (해외 사업자에 대한 수사 등은) 결국은 국제사법공조를 통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별로 형사법제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다른 국가에서 반드시 불법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도 "미국 국가안전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전 세계인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고, 이 과정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IT기업이 협력했다'고 폭로한 뒤 글로벌 플랫폼들은 자국(미국) 수사 당국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규제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에 비협조적인 사업자에 대한 국내 접속차단 움직임에 대해서도 "(차단되지 않은 다른)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 된다"(김가연 변호사), "우회 접속을 막을 수 있냐"(김승주 교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 디지털성범죄의 마지막 고리 집중하고 내부고발 독려하는 실효적 대책 나와야

    전문가들은 여론에 떠밀려 우후죽순 강화된 규제를 쏟아내기 보다는 기존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오래 전부터 '영장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암호기술(Warrant-proof encryption)'과 싸워온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가연 변호사는 "디지털성범죄물 등 불법음란물을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차단‧삭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의무"라며 "이런 의무를 지우기보다는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신고나 삭제 요청이 들어보면 바로 조치한 사업자에게 민‧형사 책임을 면책해주는 '당근'을 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불법음란물에 대한 포상금 제도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현재 규제가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현행 제도의 공백이 큰 피해자에 대한 실직적 보호나 지원에 정책적인 보완이 더 집중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추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승주 교수는 "스노든 사건 이후 수사기관에 방어적인 기술기업을 상대로 미국 정부와 수사당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사업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의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서 '다크넷' 추적기술과 각종 암호 해독기술을 개발하는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성범죄물 등 불법음란물이 유통되는 목적은 결국 돈"이라며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암호화폐의 사용처에 상당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물화폐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외 암호화폐환전소들과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발표한 사이버범죄협약(부다페스트 조약) 가입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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