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긴급대출프로그램의 조건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출 대기 중인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 저리의 1단계 프로그램보다는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금지원 프로그램 2단계 진행하기로 했다. 2단계 대출 프로그램은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금리는 올라가고, 매출 증빙 등의 절차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행중인 1단계지원프로그램은 연 1.5% 금리로 고신용자(1~3등급)는 시중은행에서, 중신용자(4~6등급)는 기업은행, 7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기금(소진기금)에서 대출이 진행중인데 소위 '코로나 대출'로 불리면서 소상공인의 신청이 몰렸다.
이 때문에 2조 7천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진흥기금(소진기금)과 5조 8천억원 규모의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 등이 다음 달 중으로 소진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통해 대출이 가능한 저신용등급의 소상공인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다, 금리가 매우 낮다는 점 때문에 신청이 폭주했다.
정책의 의도와 달리 일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긴급대출 자금으로 주식을 사거나 다른 채무를 갚는데 활용했다거나, '이자가 싸니 일단 받고 보자' 라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기도 하면서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초저금리 지원이 자금 소진을 촉진했다고 보고 2차 긴급대출은 금리를 소폭 올리고 자격조건은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자금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금리, 한도, 지원조건 등을 재설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1.5%의 이자를 적용하는데, 2단계 프로그램에서는 신용 등급에 따라 금리도 달리하고 현재 적용되는 1.5%보다는 높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1.5%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긴급하지 않은 분들도 대출을 해서 다른 채무를 갚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이 대출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매출이 줄었다고 증빙이 되는 분들이나 상환 능력이 없는 분들만 분류해 대출을 하는 방법 등 여러 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프로그램에서는 대출 조건이 달라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신청을 해놓고 대기 중이거나 아직 신청 전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다.
신청을 해놓고 대기 중인 카페 운영자 A씨는 "신청을 해 놓은지 한 달이 됐는데도 아직 연락이 없다. 그런데 금리가 오른다고 하니 기존 신청자들에까지 적용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 연말에 키즈카페를 오픈한 B씨 역시 "오픈 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지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출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자금 소진될 때까지는 1.5%로 되는 건지, 1단계에서 해결이 안돼서 금리 더 올라가는 2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받아야 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신청한 사람들에게까지 소급 적용되는 건 아니겠죠?', '막 차 탈 사람들은 얼른 타야할 것 같다', '지금도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지라는 건가'라는 불안과 불만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1단계 긴급대출 프로그램에 정부 예비비 4조4천억원을 추가 투입하는데, 이 재원은 기 접수된 신청자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단계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소상공인대출 창구는 시중은행으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소진공에 몰렸던 신청자들의 불편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프로그램은 신용등급에 따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업은행, 시중은행으로 나뉘었다. 현장에서는 신용등급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면서 '소진공 갔다, 기업은행에 갔다' 하는 불편과 함께 저신용자 등이 소진공에 몰리면서 새벽같이 줄을 길게 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