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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은 화재 취약한 '화목보일러'에서 시작…경찰 수사

영동

    고성 산불은 화재 취약한 '화목보일러'에서 시작…경찰 수사

    경찰, 집주인 목격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 진행
    화목보일러 난방비 절약...다만 화재 취약 지적
    최근 5년간 화목보일러 화재 사고 '증가 추세'
    주민들 "화목보일러 사용 관련 계도 활동 필요"

    지난 1일 발생한 고성 산불 화목보일러 잔재가 검게 그을린 채 남아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1년 만에 또 발생한 강원 고성군 산불은 집주인이 화목보일러에서 발생한 불을 끄려다 강풍에 불이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지난 1일 오후 8시 4분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 사는 60대 A씨는 집 안에 설치된 화목보일러에서 불이 발생하자 스스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불이 난 곳에는 초속 16m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불은 꺼지지 않고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이 불은 봄철 동해안 지역에서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으로 불리는 '소형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으로 퍼졌다. 바람의 위력은 날이 저물면서 3배 가까이 강해졌다.

    벽돌로 세워진 기둥만 남기고 형체도 없이 타버린 주택. (사진=유선희 기자)

     

    발화 지점인 주택 1채는 완전히 전소됐다. 실제 취재진이 산불감시원 도움을 받아 지난 3일 찾은 화재 현장은 벽돌로 세운 기둥만 가까스로 남겨져 있어 집 형체를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 단열재 샌드위치 판넬은 화재로 찌그러져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집 뒤쪽에서 화목보일러 연통 일부가 눈에 띄었다. 연통 역시 까맣게 그을려 있어 당시 화재 위력을 짐작게 했다. 집으로 진입하는 입구에는 화목보일러 땔감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들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발화지점에서 27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비닐하우스 2동도 뼈대만 앙상히 남기고 타버린 흔적이 보였다. 이번 산불로 주택과 비닐하우스, 우사 등 6동이 불에 탔고, 산림 85ha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한 사흘째인 지난 3일에도 산불감시원들은 발화지점을 중심으로 감시 활동을 벌였다. (사진=유선희 기자)

     

    화목보일러는 농촌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난방기기 중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를 너무 많이 넣거나 연통 내 그을음, 타르 등이 쌓이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과실 여부를 떠나 화목보일러의 화재 취약성에 관심이 쏠린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13~17년) 동안 도내 화목보일러와 나무·목탄난로 화재는 모두 285건 발생했다. 이 중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재산 피해는 약 29억 5천여만 원으로 파악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화목보일러 등 화재는 지난 13년 42건, 14년 56건, 15년 46건, 16년 72건, 17년 69건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화재 원인은 과열이 132건(46.3%), 불씨 방치로 주변 가연물 확산 109건(38.2%), 기타 44건(15.4%) 등 순서였다.

    또 장소별로는 주택이 209건(73.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서 음식점 16건, 창고 9건, 펜션 7건, 작업장 5건, 기타 39건이었다.

    지난 1일 발생한 고성 산불로 나무들이 휩쓸려간 흔적. (사진=유선희 기자)

     

    인근 주민들은 "집주인은 정말 좋으신 분으로, 스스로 집을 지으며 행복한 노후를 꿈꿨는데 이런 화재가 발생해 이웃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다"며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는 화목보일러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년 동안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모(68)씨는 "주택에서 연기가 발생해 달려가 보면 화목보일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은 산불 예방활동이 강화돼 예전과 달리 논밭두렁을 태우는 일은 줄어든 반면, 화목보일러 화재가 자주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주택이기 때문에 화재 취약성에 대한 부분을 깊게 관여하긴 힘들 수 있겠지만, 마을 단위로 교육은 꼭 필요하다"며 "특히 화목보일러 주변에 샌드위치 판넬 등 불에 쉽게 타는 재질을 설치하지 않도록 하는 등 계도활동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일 경찰과 소방본부 등은 합동감식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집주인 A씨를 일단 목격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를 토대로 A씨에 대한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산불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광역수사대와 고성경찰서 등 수사본부 47명을 편성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강원도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합동 감식 과정에서 증거물을 수거하고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집주인 등을 상대로 주택 화목보일러의 과열, 불씨에 의한 주변 가연물 확산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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