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코로나19가 부른 대량 실업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 대화가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이 핵심 의제로 주목 받고 있다.
◇정부·여당 모두 "코로나19 이후, 고용보험 확대가 가장 급한 과제"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노동절인 지난 1일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이 갖춰지는 게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며 "지금 고용보험이 1300만명인데 나머지 1500만명의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 날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1인 영세 자영업자도 사실상 노동자로 보아야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은 1% 미만"이라고 지적하며 고용보험 확대론을 거들었다.
'전국민 고용보험'에는 여당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한국노총과 만난 자리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등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들이 제도적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하는 문제도 긴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는 오는 1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운 사회 변화를 예고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여당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의석을 확보한데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도 공감할 의제여서 올해 정기국회 회기부터 관련 법 개정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료 부담 탓에, 노동자 인정 받지 못해…취업자 절반 이상 고용보험 사각지대
(사진=연합뉴스)
고용보험은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인 4대 보험 중 하나로, 가입 노동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직장을 잃게 된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이다.
원칙상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가입해야 하지만, 지난 3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6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660만 9천명)이나 사업체 종사자(1827만 8천명)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노동현장 곳곳에 있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때문이다.
하청·용역·계약직·단시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 등으로 노사 합의의 형태로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기준 임금노동자 고용보험 가입률은 70.9%에 달했지만,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44.9%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아예 고용보험 가입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나 사실상 노동자나 다름없는 영세자영업자, 무급가족 종사자들은 실업의 고통을 아무런 보호 없이 부딪혀야 한다.
그동안 은폐됐던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량 실업이 현실화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상용노동자는 전년 동월 대비 8천명(-0.1%) 감소에 그쳤지만, 임시일용노동자는 12만 4천명(-7.0%), 기타종사자는 9만 3천명(-7.9%)씩 감소했다.
정작 정부가 발표한 고용대책은 당장 쓸 수 있는 고용보험 기금을 중심으로 짜여지다보니 고용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노동자에 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책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취약한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가 1차적으로 중요한 과제인데, 정작 취약한 노동자는 고용보험 밖에 있으니까 고용보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적다"며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대폭 손을 봐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못했으니 혜택을 볼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다른 대책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가입대상 확대 정도로는 해결 못해…정부가 보험료 부담 적극 부담해야"
제130주년 근로자의 날(노동절)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문제는 재원이다. 고용보험은 정부가 정부 예산을 토대로 집행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보험'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수익자가 보험료를 내야 그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의무가입 대상 중에도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마당에 현재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에게 단순히 가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고용보험 가입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송보석 대변인은 "법 제도를 정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한시적으로 고용보험 밖의 노동자를 위한 실업급여를 조성하자"며 "이를 수령하기 위한 절차, 요건을 대폭 간소화해서 당장 실업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정진우 집행위원장은 "일부 직군을 고용보험 임의가입 대상으로 확대하는 수준으로 설계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본인 부담을 대폭 줄이거나, 특고 노동자 등의 경우에는 아예 없애서 '일하는 노동자의 100% 가입'을 의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회 초년생들의 첫 직장에 한해 일정 기간 보험료 부담을 면제한다면 이들이 재취업할 때 고용보험의 혜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의 비상시국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도 정부가 대신 납부해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미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사회보험료의 90%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지원사업'이 시행중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능성이 낮지 않다.
또 정 집행위원장은 "실업 후 실업급여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고용불안정 노동자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고용보험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