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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척 산불도 '화목보일러' 원인…교훈 못 얻었나

영동

    2015년 삼척 산불도 '화목보일러' 원인…교훈 못 얻었나

    삼척 산불, 화목보일러 불씨가 원인…산림 52ha 소실
    화목보일러 관련 크고 작은 산불 최근까지도 반복돼
    강원도, 두 차례 예방활동 나섰지만…예산 부족 '한계'
    봄철마다 강풍부는 동해안 지역…사전 예방활동 중요
    산불 예산 '진화'에 초점…'예방' 집중할 필요성 제기

    지난 1일 발생한 고성 산불 진화에 나선 산림당국. (사진=산림항공본부 제공)

     

    강원 고성 산불 원인으로 '화목보일러'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5년 발생한 삼척 산불도 화목보일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목보일러에 의한 크고 작은 산불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 피해는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지난 2015년 2월 8일.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어 무려 4일간 지속했다. 당시 화마는 산림 52ha(국유림 25ha, 사유림 27ha)를 휩쓸고 지나갔다.

    화재 원인은 화목보일러 불씨가 날리면서 발생한 것. 이 산불로 집주인 A씨는 산림보호법에 근거해 벌금 5백만 원을 선고받았다. 형사사건과 별개로 민사상 배상책임도 져야 했다. A씨는 삼척국유림관리소에 1억 7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지급했다.

    도내에서 화목보일러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번진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5년 3월 횡성, 4월 정선, 10월 춘천 등에서 화목보일러 관리 부주의로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2016년에는 강릉을 포함해 모두 6건의 화목보일러 관련 산불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2018년 11월 원주에서 화목보일러 불씨가 야산으로 번져 산림 0.01ha가 소실되는 등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2월 8일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의 한 주택 내 화목보일러에서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야산으로까지 번졌다. (사진=삼척소방서 제공)

     

    화목보일러는 농촌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난방기기 중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를 너무 많이 넣거나 연통 내 그을음, 타르 등이 쌓이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연통 관리 부실 등으로 불씨가 흩날리면서 주변 가연물과 만나 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다.

    특히 산림과 인접해 있는 주택 중 화목보일러를 사용한다면 화재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삼척 산불 이후 지난 2016년과 2017년 보조사업비와 특별교부세 등을 확보, 도내 1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화목보일러와 관련한 신규 예방 활동에 나섰다. 먼저 지난 2016년에는 도비 4500만 원을 편성해 산림과 100m 이내에 인접한 가구 중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연통 교체를 지원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봄철 산불방지를 위한 특별교부세를 받아 화목보일러 산불예방 활동을 진행했다. 나무를 태우고 나오는 재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도록 '재처리 용기(20ℓ)'를 보급한 것으로, 예산 5500만 원이 집행됐다. 당시 도내 5300여 가구가 재처리 용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발생한 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화목보일러로, 잔재가 그을린 채 남아 있고 주변에는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 단열재 샌드위치 판넬이 나뒹굴고 있다. 집 뒤편으로 나무들도 화마에 휩쓸린 흔적이 보인다. (사진=유선희 기자)

     

    문제는 해당 사업의 지속성이다. 삼척 산불 이후 반짝 관심을 기울이던 화목보일러 관리는 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화목보일러와 연관된 예산 투입은 2년뿐이었다. 산불 예방과 관련해 '소각행위 방지' 등 시급한 부분부터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결국, 문제는 '예산 부족'에 있다.

    여기에 더해 산불 관련 국비는 대부분 '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강원 동해안 지역은 봄철마다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 혹은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 등 '소형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쳐 산불에 취약한 조건을 갖췄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사전에 산불을 예방하는 작업이 어느 지역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산림청에서 제공한 '최근 3년간(18~20년) 산불방지 예산편성' 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인 금액은 늘었지만, '산불예방' 예산은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진화 예산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예방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산불예방 예산편성은 73억 4000만 원으로, 지난 2018년에 투입한 75억 5700만 원보다 적다. 지난 2018년에 포함된 예비비가 빠지면서 2019년에는 심지어 57억 900만 원으로 대폭 내려갔다. 산림연접지에 대한 안전공간 확보를 위한 예산이 추가되면서 지난 2019년에 비해 올해는 일정 정도 예산이 오른 셈이지만,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반면 산불진화 예산은 지난 2018년 131억 2900만 원, 2019년 231억 6100만 원, 2020년 320억5700만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특수진화대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원이 확대되고, 산불 출동대기 시설을 확충하는 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산불예방에 대한 예산이 줄거나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산불진화 예산은 대폭 오르면서 편성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18~20년) 산불방지 예산편성 현황. (자료출처=산림청)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은 어느새 기억 저 멀리 사라지고, 대안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 피해는 반복됐다. 지난 1일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 화목보일러에서 불이 시작돼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이번 산불로 주택 1채를 포함해 비닐하우스와 우사 등 6동이 불에 탔고, 산림 85ha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화재 원인으로 화목보일러가 지목됐다. 불이 시작된 주택에 사는 60대 집주인은 자택 내 화목보일러에서 불이 발생하자 스스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목보일러 과열과 불씨에 의한 주변 가연물 확산, 전기 누수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그 안에서 산불 방지 홍보도 해야 하고 장비도 구입하고, 예방까지 다 하려면 너무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며 "산불진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불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예방'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턱없이 부족한 산불예방 예산에 더해 예방 활동에 편성된 매칭 비율은 국비와 지방비가 3:7 정도로 국고 투입이 너무 적다"며 "산림은 공공재 성격을 갖는 만큼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예방'에 대한 예산을 적극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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