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홈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김혜주 대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BO 리그 홈 개막전에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구 행사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의료 지원에 나섰을 때 마스크에 쓸린 콧등에 밴드를 붙인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던 국군춘천병원의 응급 간호장교 김혜주(30) 대위를 시구자로 초청한 것이다.
평소 두산을 좋아한다는 남편의 도움으로 시구 연습을 했다는 김혜주 대위는 군복 위에 등번호 2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팬들의 박수와 함성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김혜주 대위의 시구는 그 누구의 시구보다도 특별했다.
김혜주 대위는 충남 출신이라 평소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가장 좋아하는 야구 선수가 누구인지 묻자 "정수빈"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한화 팬 아니냐는 취재진의 반문에 그는 "바뀌었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김혜주 대위는 2월 말부터 28일동안 대구 지역에 1차 군 의료지원팀으로 파견됐다. 그래서 등번호 28번을 선택했다는 김혜주 대위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코는 다 나았다"며 웃었다.
(사진=국방부 공식 트위터 캡처)
김혜주 대위는 "대한민국 의료진과 지원단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다. 두산은 작년 우승팀이라 두산을 대표로 시구를 해도 될까 굉장히 걱정됐고 굉장히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 3월 초 공식 SNS에 올린 한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마스크를 오래 쓰고 근무하다 쓸린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의료 지원을 하는 김혜주 대위가 사진 속 주인공이었다.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진이 공개된 뒤 응원 편지와 선물을 많이 받았다는 김혜주 대위는 "저 말고도 모든 의료진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혼자 주목받는 게 굉장히 죄송하고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복귀 이후에도 의료진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대구 경북 지역의 의료진만 봐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여러분이 있어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곧 야구장에 팬들이 직관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파견이 끝나고 보니까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의료진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지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겠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금 더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