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울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방역당국이 부실한 방문자 명부로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님들이 거짓 신상 정보를 기재하는데도 방문자 명부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세부 규정조차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엉터리 출입기록'…연락 불가만 3천명1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방문자 명부에 담긴 5517명 중 3112명은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 정보가 거짓이거나 일부러 전화를 피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당국은 카드 내역과 통신 기록을 들춰가며 확진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클럽 방문자들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실제 다수의 클럽 방문자들은 유명 연예인 이름이나 연락할 수 없는 번호 등을 명부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손 부족 등의 이유로 방문객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방문자 기록을 작성하는 PC방이나 사우나 등 다른 업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형편이다. 방문기록에는 '홍길동', '임꺽정' 같은 엉뚱한 이름이 적혔거나 연락처란은 빈 경우도 허다하다.
◇방문기록 방법‧원칙 없어…반복되는 집단감염 우려상황이 이런데도 방역당국은 방문자 명부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세부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사항 고지만 있을 뿐이다.
지자체들은 업소에 명부 작성을 안내하지만 "실제 정확한 신상 정보가 기재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명부 작성 방법이나 원칙이 없는 셈이다.
업주들은 "영업하기 바빠 출입기록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방문자 명부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토로했다.
문제는 부실한 방문자 명부 관리로 인해 이번 이태원 클럽 감염 사태에서처럼 접촉자를 찾는 데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신속한 역학조사 위해 방문 기록 내실화 관건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높은 만큼,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신속히 찾기 위해 방문자 정보를 꼼꼼히 기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방문 기록을 받을 때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 신원을 파악하고 기재된 정보가 맞는지 대조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의과대학 최중명 교수는 "공항이나 강의실처럼 스마트폰 앱으로 출입 인증을 하면 더 효과적으로 정확한 방문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명부 허위 작성에 대해 벌금을 매기는 등 처벌 강도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발 빠른 역학조사를 위해 방문자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