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려 두 달 만에 체중 15㎏을 감량한 딸의 사연이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딸은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 한 끼로 버텨가며 몸무게를 줄였고, 엄마는 딸의 마음에 보답하듯 수술 후 이를 악물고 재활에 나섰다. 모녀는 수술성공 후 일주일 만에 함께 퇴원했다.
28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두 자녀의 어머니인 52세 김 모 씨는 지난해 9월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고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간암은 이미 신장 위 부신까지 인접했고 신장까지 망가지고 있었다. 간암, 알코올성 간질환, 간신증후군(간 질환으로 콩팥이 망가지는 현상)을 모두 진단받았다. 남은 치료는 간이식뿐이었다.
김 씨는 혈액형이 같은 아들로부터 생체 간이식을 받기로 했으나, 검사 결과 아들은 선천적으로 간의 크기가 작아 이식할 수 없었다.
결국 딸인 25세 이 모 씨가 혈액형은 다르지만,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문제는 딸의 간 역시 이식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시행한 검사에서 딸에게 지방간이 발견됐고, 이식하려면 체중을 상당히 많이 줄여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김 씨는 딸이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딸 이 씨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식단 조절과 운동에 돌입했다. 약간의 과일과 고구마 등으로 하루 한 끼에서 두 끼만 먹으며 두 달 간 15㎏을 줄였다. 재검사 결과 지방간은 거의 보이지 않아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몸무게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고 말했다.
지난 4월 9일 유태석·조원태 외과 교수의 주도로 모녀는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혈액형이 달라서 의료진들은 수술 전 처치 등에도 적잖은 공을 들였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딸의 간 70%가 이식돼 어머니의 새 간이 됐다. 모녀는 수술 하루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길 정도로 빠르게 호전했다.
특히 엄마인 김 씨는 수술 후에도 의료진들에 딸을 좀 더 살펴달라고 하는 등 각별한 마음을 보였다고 한다.
김 씨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에 빨리 몸을 회복해 딸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잘 시간을 쪼개 밤늦게까지 걷기와 같은 재활 운동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 씨도 빠르게 회복했다. 대개 이식수술 후에는 기증자보다 수혜자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모녀의 경우 엄마인 김씨가 빨리 회복해 수술 일주일 만에 함께 퇴원할 수 있었다.
조 교수는 "가족 간 생체 간이식에서 기증자가 한 달 동안 5㎏ 정도 줄인 사례가 있지만 두 달 만에 15㎏ 감량한 건 믿기 힘든 일"이라며 "어머니를 위한 딸의 의지와 정신력에 의료진 모두 놀라고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 간이식 수술을 하는 만큼 기증자와 수혜자가 입원하기 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다. 이후 실제 이식수술 전에도 추가로 검사해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