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샘슨이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복받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노컷뉴스)
"야구는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줬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샘슨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소감과 부친상, 귀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등 최근 야구 외적으로 많은 일을 겪었던 샘슨의 근황을 전해들는 자리였다.
취재진이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건네자 샘슨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미국에서도 현지 기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게 슬픔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샘슨은 최근 부친상을 겪었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국에 다녀왔다.
샘슨은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다. 본업에 충실했고 어떤 일에도 불평 불만이 없었다. 특히 야구를 순수하게 사랑했다.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늘 내 경기를 지켜봤고 야구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야구는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복받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샘슨은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샘슨은 4월 말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7일 귀국했다.
샘슨은 "미국에 더 머물 수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복귀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미국에 남아 계속 슬픔에 잠기는 것보다는 야구를 하면서 이겨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역시 내가 하루빨리 다시 야구를 하기를 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샘슨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관련 규정상 귀국 후 자가격리가 불가피했다. 이미 시즌이 개막한 상황에서 마음이 초조했을 수 있지만 샘슨은 의연하게 자가격리를 받아들였다.
샘슨은 "자가격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한국은 코로나19 관련 대응을 정말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화상 통화로 미국에 있는 가족, 친구와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시차가 안 맞을 때 시간을 떼우기가 어려웠다"며 웃었다.
샘슨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KBO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8일 삼성을 상대로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시즌 첫 실전투구를 감안해 샘슨의 투구수에 제한을 걸었다. 샘슨은 59개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좋은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허문회 감독은 만족했다.
허문회 감독은 "첫 실전투구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역시 좋은 투수구나 생각했다. 앞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것이고 샘슨의 투구수는 서서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샘슨 역시 "좋았다. 그동안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가 많지 않아 기대치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3개 구종의 제구가 잘 됐다. 점검 차원에서는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세밀한 부분을 잡아나가면 다음부터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선발진은 잘하고 있다.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려 100%를 만들고 팀을 돕고 싶다. 항상 이길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간다면 시즌이 끝났을 때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