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 사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이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에 대해 헬기사격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만들어내기 불가능한 흔적이라고 증언했다.
1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 8 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과 전남대 5·18 연구소 김희송 교수가 검찰 측 감정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김 총기연구실장은 "1980 당시 전일빌딩 주변에 더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전일빌딩 건물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기 위해선 비행체 사격이 유력하다는 것이 제 견해"라며 "탄흔 대부분이 40~50도 정도의 하향 사격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하향 사격 뿐만 아니라 수평 사격, 상향 사격의 흔적도 혼재돼 있다"면서 "각도를 바꿀 수 있는 비행체는 헬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어 "최근 법원의 촉탁으로 전일빌딩 10층 내부를 다시 감정했다"면서 "그 결과 33개의 탄흔을 추가로 발견됐고, 2016년과 2017년 감정 때 발견한 탄흔까지 합치면 총 281개의 탄흔을 발견한 것인데 하나의 총탄이 여러 개의 흔적을 만들 수도 있어 270개만 탄흔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김 실장은 "10층 출입문에서 사격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출입문에서 보이지 않는 기둥에도 탄흔이 있었다"면서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사격했을 가능성도 건물 기둥에 수 십발의 탄흔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다른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실장은 500MD보다는 UH1H 헬기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기도 했다.
김 실장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탄흔이 생성될 수 있기에 탄흔의 크기만으로는 총기의 종류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10층에서 보이는 탄흔의 생성 방향으로 봐서는 UH-1H 헬기에 거치된 M60 기관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이날 탄흔의 생성 시기 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탄흔 분석 결과를 탄핵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전일빌딩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대표적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 자리하고 있다.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지난 2016년 리모델링을 위해 정비를 하던 중 건물 10층에서 다수의 탄흔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광주시의 의뢰를 받고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4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헬기 사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 재판에 전두환씨는 재판장의 불출석 허가에 따라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형사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