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고유정. (사진=고상현 기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 사건'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1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고유정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1심 때도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아이 앞에서 아빠(전남편)를, 아빠 앞에서 아이(의붓아들)를 잔혹하게 살해했는데도 수사 과정뿐만 아니라 재판 내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검찰 "정황상 의붓아들 살해 유죄" VS 변호인 "직접증거 없어"이날 검찰은 구형에 앞서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의붓아들 살해사건과 관련해 고유정이 범인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당 시간 할애하며 설명했다.
우선 검찰은 "피해자 시신 상태를 보면 함께 자고 있던 피해자 아버지 몸에 눌렸다기보다는 누군가 고의로 질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가슴 압박과 함께 코와 입이 막혀 숨진 피해자 얼굴에 피가 몰려 빨갛게 변하는 울혈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피해자를 누르는 과정에서 움직이지 않자 누군가 의식하며 흉부압박을 풀었기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피해자가 사망한 날 새벽 집에서 유일하게 고유정이 깨어있었던 점도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고유정은 사건 당일 새벽 4시 48분쯤 피해자 친모의 카카오톡 프로필 이름을 변경한 바 있다.
아울러 휴대전화나 문자 내용을 보면 범행 전부터 두 차례 유산의 책임을 피해자 아버지에게 돌리는 등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던 점도 고유정이 피해자를 살해한 범행 동기로 들었다.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이에 대해 피고인 측 국선변호인은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 측 주장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 "사랑하는 아이 앞에서?…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유정은 이날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미리 작성한 최후진술문을 눈물로 읽어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 씨는 서두부터 단정적인 어조로 "○○(의붓아들 이름)를 절대로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청주로) 아이가 온다고 해서 어린이집 입학 준비와 함께 책가방도 샀다"며 결백함을 주장했다.
아울러 '전남편 살해사건'에 대해서 "전남편이 펜션에서 성폭행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있는 장소에서 저보다 몸집이 2배나 크고 키도 180㎝가 넘는 피해자를 단지 흉기로 계획적으로 살해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고도 했다.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면 거구인 피해자를 보다 손쉬운 방법인 약을 먹이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을 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씨는 또 시신 훼손에 대해서 "남편(의붓아들 사건 피해자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저 때문에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가족과 아이 아빠(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유정은 "수사 초기부터 여론은 이미 저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보고 있다.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판사 세 분만(항소심 재판부)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호소했다.
고유정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6월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사진=자료사진)
고유정(37)은 지난해 5월 25일 저녁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남편(36)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 2일 새벽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의붓아들의 뒤통수를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