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사진=고상현 기자)
뺨을 한 차례 때려 피해자를 반신불수로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6월 17일 밤 제주시 모처에서 피해자(40)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하며 욕설하자 왼쪽 목 부위를 한 차례 때려 중한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왼쪽 목 부위에 있는 뇌혈관이 찢어지며 피가 고였다. 이후 생긴 핏덩어리가 혈관을 막으며 뇌경색증을 일으켜 오른쪽 다리와 팔에 마비가 왔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상해나 중상해 고의 없이 피해자 뺨을 한 차례 때렸을 뿐이다. 행위의 결과(반신 마비)에 대해서 예상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 당시 피고인이 뺨을 때렸을 때 중상해 결과를 예견하고 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례와 형법에 따르면 중상해 죄목의 경우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을 때는 중한 죄로 처벌하지 않게 돼 있다. 주변 상황, 정도와 상황 등을 엄격하게 따지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왼쪽 뺨만 한 차례 때린 점, 피해자에게 기저질환이 없는 점, 목격자가 '피해자가 장난으로 쓰러진 줄 알았다'고 증언한 점 등을 들어 예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도 '피해자에게 발생한 뇌경색은 굉장히 드문 경우라서 원인을 알 수 없다. 고개를 들거나 다이빙 도중에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증언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일반인의 사회생활상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릴 당시 중상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