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안나경 기자)
미성년자·여성 대상 성착취가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는 어땠을까.
서울YWCA는 'n번방' 검색어 랜덤 샘플링을 통해 지난 1월 1일부터 4월 26일까지 네이버 포털 뉴스에 등록된 2만 5259개의 기사 중, 총 982개 기사를 모니터링했다.
이 가운데 15.3%(중복코딩 허용)에 해당하는 150개 기사가 성착취 사건의 심각성을 흐리는 성차별적 보도였다.
디지털 성범죄를 '음란물', '몰카' 등으로 표현한 기사가 114건에 달했고,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성범죄 사건을 일상과 분리한 기사들은 14건 발견됐다. 이들 기사는 가해자에게 '악마', '소시오패스', '부적응자', '짐승'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YWCA는 "'음란물'이라는 용어는 남성의 성욕을 반드시 해소돼야 하는 기본적 욕구로 정당화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통념을 강화하고 재생산해 문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해자의 '악마성'을 강조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비일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다수 성폭력 사건이 서로 아는 관계에서, 가해자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발생한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또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가해자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어 문제적"이라고 비판했다.
성범죄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이지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들도 8건 나왔다.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고통', '씻을 수 없는 대못질',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등과 같은 표현은 피해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그리는 동시에 성범죄 피해는 치유나 극복이 힘들다는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한다.
서울YWCA는 "성범죄 피해를 회복 불가능한 수치스러운 일로 묘사해서 문제적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극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보도윤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기사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을 다루는 보도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계속 제기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