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전 감독과 장윤정 선수 등이 최대 수억 원 가량의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폭행과 성추행 등 학대 혐의에 대한 조사와 함께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지난해 1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45일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해외전지훈련을 했다. 훈련비는 경주시가 8200여만원, 트라이애슬론협회가 9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김규봉 전 감독은 시보조금 8200여만원을 여행사에 지급한 뒤 부가세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일부를 뺀 나머지 대부분의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해외 전지훈련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해당 여행사는 최근 경찰에 관련 송금 내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해외 전지훈련비 되돌려 받기는 이미 문제가 된 적이 있어 시체육회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김 전 감독에게 지시했지만 이를 또 어겼다"며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규봉 전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김 전 감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간 뉴질랜드 오클랜드로만 전지훈련을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김 전 감독은 해외전지훈련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추가로 돈을 걷어갔다.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외전지훈련비 명목으로 개인당 100만원씩 감독에게 보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김 전 감독 외에도 주장 장윤정과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에게도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뺏겼다.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과 부모들은 "주장 장윤정이 후배 선수들이 경주시청에게 받은 식비를 '팀의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했고, 안주현은 심리치료를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추가 폭로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전지훈련 기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훈련 일정에 따라 한 끼 당 7천원으로 계산해 선수들에게 매달 수십만원의 식비를 지급했지만 대부분을 장윤정에게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체중 조절을 이유로 하루에 두부 한 모만 먹으며 훈련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동처방사 안씨도 심리치료를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15만원에서 많으면 140만원까지 비정기적으로 받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선수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선수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장 선수와 안씨를 상대로 사기와 무면허 의료 등의 혐의로, 김 전 감독은 방조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