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 김부겸 후보, 박주민 후보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확대이미지
역대급 수해로 인해 가뜩이나 일정이 줄어들 대로 줄어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이낙연·김부겸 두 대권잠룡의 맞대결로 초반 흥미를 모았지만 당지지율 하락에 이어, 비(非) 당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 어렵게 됐다.
◇ 수재 이어 민주·이낙연 동반 하락세…"힘이 안 나네"오는 29일에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는 당초부터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차기 대선 잠룡 여론조사에서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대세론을 형성해 온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당권 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당대표가 되더라도 약 7개월만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등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잡음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의원의 손쉬운 승리가 전망됨에도 또 다른 당내 대권 잠룡인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동참하면서 '대권 주자 간 경쟁'으로 다소 흥미를 모았지만 이마저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이 막판에 참전하면서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2등을 하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된 데다, 화제성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총선 압승 후 잔치 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할 전당대회가 찬밥 신세가 됐다.
지난달 초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으로 범진보진영이 출렁인데다, 부동산 정책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까지 겹치며 민주당과 관련한 이슈를 잠식해버렸다.
여기에 이달 초 역대급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아예 선거운동이 통째로 중단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나 김부겸 전 의원이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처음으로 대권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더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이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시절처럼 당대표와 무관하게 확실한 당내 실권자가 있는 경우에나 볼 법한 힘 빠지는 대회가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 오락가락 대회 관리에 경쟁자들도 자기 목소리만수해로 인해 각종 당내 행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도 이에 맞춰 그 때 그 때 행사계획을 변경하게 되면서 대회 일정은 엉망이 됐다.
일부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방송토론회는 아예 취소가 됐고 합동연설대회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당원들과의 접촉점이 될 시도당위원장 선출 등을 위한 상무위원회 일정도 조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언택트' 전당대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행사 일정이 축소된 데 대해 여러 후보들은 난색을 표했다.
특히 온라인 연설의 경우 청중들의 반응을 전혀 알 수 없는 데다 화면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또한 예측이 쉽지 않아 각 캠프마다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한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이나 국민들이 대체 뭘 보고 선거를 하실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현장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봐야 어떻게 대응할지를 알 수 있는데, 지금의 선거는 그저 깜깜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앙당의 움직임에 각 후보들 진영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판세 상 사실상 당대표 자리를 예약한 이낙연 의원은 "수해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그로 인한 일정 취소나 연기가 어떻게 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인지도와 지지율 측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의원을 쫓아가고 있는 입장인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 측은 어떻게든 자신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를 달라고 당에 요청했다.
이들 후보 캠프가 한 때 전당대회 연기 요구까지 검토하자 최고위원 후보들 진영에서도 보다 제대로 된 행사가 돼야 한다는 측과 아무리 그래도 정기국회로까지 일정을 늦추는 것은 무리라는 측으로 의견이 나뉘며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한 최고위원 후보는 "코로나19에 이어 수해까지 난 판국에 우리 당 행사만 번듯하게 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곱게 보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후보는 "당원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상황인데, 그 분들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나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른 채 그저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이는 영상만으로 판단하고 투표를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후보들은 전준위가 오는 18~20일로 예고한 충청과 호남권 상무위원회에 단체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당과도 이견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당대표 후보 3인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오는 17일까지 각자 민심을 청취한 후, 다음날인 1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첫 전국단위 방송토론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