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전광훈 목사, 이만희 교주 (사진=자료사진)
6개월 전인 지난 2월 18일,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신천지 집회를 주축으로 한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당시(20일) 브리핑에서 31번 환자를 언급하며 "집단 노출·공동 폭로에서 비롯된 집단 발병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확산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담임목사)의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관련해 첫 사망자도 발생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와 접촉한 뒤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이 입원 전 자택에서 숨졌다. CBS노컷뉴스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동안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각각의 '확진자 발생 추이'가 어떤지 비교해봤다.
◇"사랑제일교회發 집단감염, 2월보다 강한 전파력"22일 CBS노컷뉴스가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일주일 동안의 확진자 추이를 파악한 결과, 6개월 전 신천지발 집단감염 때보다 현재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 움직임에서 더 강한 전파력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일주일간 발생한 총 확진자를 비교해보면, 6개월 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관련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온 2월 18일 이후 일주일 동안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733명이 늘었다. 이에 반해 지난 14일부터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최근 일주일 동안 신규 확진자는 무려 1576명에 달한다.
누적 확진자에서도 강한 전파력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날 오후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56명이 추가 확진돼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가 732명이라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첫 확진자가 나온 12일을 기점으로 일주일 동안(18일까지)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1259명으로 집계됐다. 대구 신천지발 집단감염의 경우,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2월 18일을 기점으로 일주일 동안(25일 오후 4시 집계 기준) 발생한 확진자는 977명으로 파악됐다.
일별 신규 확진자 수를 비교한 결과,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12일 2명 △13일 3명 △14일 14명 △ 15일 40명 △16일 190명 △17일 70명 △18일 138명 △19일 166명 △20일 109명으로 사흘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천지 집회 관련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19일(오후 2시) 10명 △20일(오후 2시) 28명 △21일(오후 2시) 44명 △22일(오후 2시) 84명 △23일(오후 2시) 78명 △24일(오전 9시) 147명 △25일(오전 9시) 45명 등이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교회와 집회 사실상 '연결'…방역 '빨간 불'"현재 교회와 관련한 집단감염이 다른 종교시설과 직장 등으로까지 퍼져 'n차 전파'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방대본은 서울 노원구 안디옥 교회,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경기 양평시 양평사랑데이케어센터 등 19곳에서 추가 전파로 인한 감염자 총 100명을 발견했다.
서울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현재 교회와 집회가 (사실상) 연결돼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6개월 전에는 신천지라고 하는 하나의 발병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발생원이 산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용한 역학조사 역량의 한계도 언급했다. 홍 교수는 "(발생원이) 다 퍼져있다 보면 역학조사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한 케이스당 노력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든다. 하지만 (역학조사) 인력은 그때보다 많이 지쳐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가운데 고령 환자가 많고,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것 또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신천지 집단감염 당시에는 60대 이상이 13.5% 정도였으나,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60대 이상이 약 38%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잠복기가 5일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고령 확진자가 이번 주말까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규 확진자가 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날 방대본이 발표한 교회 관련 확진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수도권이 686명(서울 451명·경기 196명·인천 39명), 비수도권이 46명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휴가 시즌, 교회 소모임 집합금지 해제, 정부의 외식 권장 쿠폰 지급 등이 복합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며 "60대 이상이냐, 미만이냐에 따라 치사율이 40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당국,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추가감염 막아야"
정부는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아직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거나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악질적 실종자'들을 찾아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사랑제일교회가 가진 교인 명단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명단과 광복절 집회 참석자 명단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역당국은 20일 오후 5시부터 성북구청, 경찰 등과 함께 강제 행정조사를 시도했지만, 교회 관계자들과 10시간여 동안 '밤샘 대치'한 끝에 결국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교인이나 방문자 명단뿐 아니라 교회에서 집단 숙식을 한 사람, 집회 참석자, 집회 이전에 각종 서명을 했던 사람을 모두 검사가 필요한 감염병 의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도 "(교회 관련자들이) 검사와 격리에 불응하는 경우가 있어 방역의 애로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법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법상 당국의 검사에 불응할 경우 벌금 200만원, 자가격리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