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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병원마저 문 닫으면 부모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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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병원마저 문 닫으면 부모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죠?"

    의료계 2차 총파업에 수도권 주민들 '발 동동'
    동네병원‧종합병원 진료 지연 등 차질…응급실서는 환자 항의도 잇따라
    의료계 "의료계 애로 전달…집단이기주의 아냐" 해명
    정부 "복귀 명령"…위반시 의료직 박탈 가능성도
    문재인 "법 집행으로 강력 대처하라" 엄정 대응 천명

    26일 경기 수원시 한 개인의원의 휴진 공고문. (사진=박창주 기자)

     

    "이 병원이 문을 닫으면 30분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하는데…"

    의료계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26일 오전 11시. 세 살배기 딸과 함께 경기 수원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은 30대 박모씨는 "26~28일 휴진합니다"는 공고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공고문이 붙은 병원 유리 벽에는 "365일 진료"라고 적혀 있었지만 병원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병원 인근 약국에서는 "사전 공지도 없이 어제 밤에 갑자기 병원이 쉰다고 연락받았다"고 말했다. 의사 3명이 교대로 일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소아과 의원의 운영방식상 우연이라기 보다는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같은 시각 수원의 한 종합병원 입구에서는 "국민 위한 보건정책, 산업논리가 웬말이냐", "수련병원 인력착취 근무환경 보장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인들의 손펫말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를 지나 들어선 병원 안에서는 대기석에서 진료실까지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로 가득했다. 빈자리 없이 빼곡한 대기석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외래환자 김모(43‧여)씨는 "오전 9시에 진료 예약을 하고 찾아왔지만 1시간이 넘도록 대기만 하고 있다"며 "간호사들도 기다리라는 말만 하면서도 미안한 눈치가 역력하다"고 푸념했다.

    응급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복통으로 호소하는 어머니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은 윤모(41)씨는 "응급환자를 언제까지 대기만 하게 할거냐"며 의료진에 항의했다.

    총 400여명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이 병원에는 전공의 120여명과 전임의 30여명 등 150여명이 있다. 이날 이들 대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병원 관계자는 "휴가를 낸 인원도 있어 정확한 파업 참가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시위 참가자를 제외한 전공의와 전임의 대부분이 오늘 병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손펫말 시위를 하고 있다. 이준석기자

     

    ◇동네의원 휴진 5%25 내외…진료 지연‧응급실 과부화에 시민은 통계 이상 '불편'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 파업이 26일부터 시작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는 의료진들의 사실상 실전 교육을 담당하는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파업이 이뤄졌지만 전날부터 동네병원도 가세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더욱 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3만2787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6.4%인 2097곳이 휴진을 신청했고, 이날 5.8%에 해당하는 1905곳, 28일 4.6%인 1508곳의 동네병원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동네병원의 파업 동참은 통계적으로는 크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그보다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계는 파업에도 불구하고 차질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1~2시간씩 진료 대기하는 환자들은 이러한 상황 자체가 '차질'이라고 항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큰 상태에서 의료진의 집단행동이 더해지면서 불안이 불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는 교회뿐만 아니라 학원과 학교를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확산하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만난 60대 오모(여)씨는 "유아와 청소년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마저 파업에 동참하면서 평소 찾던 병원이 아닌 대체 병원을 찾는 학부모의 마음은 더욱 애달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번 파업이 의료계의 산업논리 이식을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부터 이틀간 휴업을 결정한 수원의 한 개인의원 원장은 "의사로서 환자 걱정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당연히 느낀다"면서도 "의료계의 애로도 분명한 만큼 집단이기주의로만 여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19 재확산 위기와 의사단체 집단 휴진과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부 "촌각 다투는 생명 위협하는 진료공백 방치 안돼" 엄정 대응

    한편 정부는 전날 의료계의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료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에 내려진 조처다.

    이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박능후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료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의료계의 총파업과 관련해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례적으로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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