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났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 재확산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의 '3단계 격상'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일단 이번 주말까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선제적인 3단계 격상 촉구가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3단계 격상해야"…선제 대응 나선 통합당 지도부통합당 지도부가 3단계 격상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2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방문 자리에서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비공개 면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면담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지금 2단계 거리두기 발표를 했는데 3단계 거리두기를 당겨서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정 본부장과 대화에서도 김 위원장은 "최근 확진자수 급증에 따라 3단계 거리두기를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라고 물었고 이에 정 본부장은 "3단계가 필요한지 매일 중대본회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약 20분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은 "지역에 따라 편차를 둘 수 있지만 서울 같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3단계를 당겨서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질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려 세 번씩이나 '3단계 격상'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3단계 격상 없이도 확산을 막을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지만 결정을 미루다 훨씬 더 불행하고 큰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방역대책을 결정하되, 저희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3단계 거리두기 시행이 불가피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3단계 격상' 파장에 정부‧여당 신중론…통합당, 정국주도‧공세 카드 확보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1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결혼식을 포함한 각종 모임이 차질을 빚게 된다.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절도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경제적 셧다운'에 버금가는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여권이 망설이는 동안 통합당의 3단계 격상 촉구 공세는 여러모로 주효한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내 지하철을 탄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앉아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빠른 시일 내 정부가 3단계 격상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제안한 통합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듯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적 파급을 우려해 정부가 시간을 지체하다가 결과적으로 3단계 격상을 수용할 경우에도 '뒤늦은 결정'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소속 한 의원은 2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정부는 아마 끝까지 버티다가 여론의 성화에 못 이겨 뒤늦게 3단계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3단계로 격상하면 경제가 망가지고 그 책임을 다 져야 하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코로나 방역엔 관해선 우리당은 정치를 배제하고 전문가들에 맡기자는 입장"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3단계 격상 목소리가 나와서 그걸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방역 대책이 무너지고 3단계 격상으로 경제적 타격이 가중된 상황에서, 통합당은 자당의 선제적 대안을 따르지 않은 정부를 향한 공세 명분을 쥐게 된다. 문재인 정권의 방역 실책 지적과 함께 수권정당으로서 통합당의 면모를 동시에 보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