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7일 강원영동 지역에는 장대비가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세찬 바람까지 더해져 굵은 빗줄기가 휘몰아치면서 지역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5분쯤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에서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물에 도로가 침수돼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척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고 당시 다른 직원 10여 명과 대평리의 한 광산에서 시약장착 작업을 하고 철수하던 중, 작업지점 5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도로 유실로 인해 배수로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7일 태풍 '하이선'으로 경포해변 인근 농가 주민 이교석(65)씨가 침수 피해를 입어 보여주고 있다.(사진=유선희 기자)
주변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양양지역에서는 주민 78가구 121명이 급히 대피했다. 하천범람 위험이 제기된 곳은 서면 장승천과 현북면 광정천, 강현면 물치천, 정손리 감곡소하천 등 4곳으로, 5개 마을 주민들은 장승리와 서림리, 주청리 등 인근 마을회관으로 흩어졌다.
양양을 포함해 고성, 강릉, 삼척 등에서는 현재까지 주민 310여 명이 대피했으며,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산사태로 미시령터널 상행선은 전면 통제됐다.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인제 용대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미시령터널 상행선(속초~인제방향)이 막혔다. 또 토사유출로 진부령 46번 국도도 전부 통제된 상황이다. 쏟아지는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양양 원일전리 국도 59호선에서는 1개 차선이 유실됐다.
7일 태풍 하이선으로 양양 원일전리 국도 59호선 1개 차선이 유실됐다.(사진=양양군청 제공)
이런 가운데 강릉 상습침수 지역인 경포해변 인근 진안상가는 '또' 물에 잠겼다. 제9호 태풍 '마이삭' 때도 침수된 진안상가는 나흘 만에 '하이선'으로 또 침수되면서 상인들은 그저 망연자실 하고 있다. 강릉 남대천 잠수교도 침수 위기에 처하면서 주민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강릉에서만 이날 낮 12까지 도로, 주택, 상가, 하천 침수 등 68건의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9호 태풍 마이삭 때 큰 피해를 입었던 삼척지역에서는 도계읍 늑구리 삼거리 도로가 침수됐으며, 가곡면 동활계곡 하천이 침수돼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또한 미로면 동산리 마을입구 도로가 침수되고, 근덕면 동막리 양평교 수위가 상승하면서 위험 수위를 보이고 있다. 근덕면 초당저수지 인근에서는 산사태로 주택 1채가 반파됐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오전 물에 잠긴 삼척 장미공원(사진=삼척시청 제공)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진부령 327.1mm, 미시령 307.5mm, 강릉 266.7mm, 고성 간성 212.5mm, 속초 청호 206.5mm, 양양 193.0mm, 삼척 179.5mm 등을 기록하고 있다.
태풍 하이선은 당초 경로보다 서쪽으로 더 들어오면서 내륙으로 더 들어왔다. 오후 12시 기준 강릉 남남동쪽 약 100km에 육상한 상태로, 시속 59km로 북진 중이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 영향으로 오는 8일까지 영동지역에 최대 400㎜ 이상 폭우와 최대 순간 초속 25∼4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매우 강하고 많은 비로 저지대 침수와 하수 범람, 산사태 등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며 "또 동해상에는 6~9m로 매우 높은 물결이 일고, 높은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로 범람할 수 있으니 침수피해와 해안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