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노래방 업주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곳곳에서 '방역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K-방역'이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업종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강하다. 노래연습장이 대표적이다.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한달째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노래연습장 업주들은 "확진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영업을 못하고 있다"며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는만큼 제일 안전한 곳이 노래연습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사도 해보지 않고 노래연습장을 고위험시설에 포함시켰다"며 "당장 고위험시설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래연습장업주들은 지난주 질병관리청까지 찾아가 고위험시설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PC방을 찾은 시민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최근까지도 고위험시설이었다가 지난주 해제돼 영업을 재개한 PC방도 '풀어달라'는 요구를 여전히 하고 있다. 이번엔 '영업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풀어주면서 '학생 출입 금지'와 '음식 취식 금지' 조건을 붙였는데, 이를 풀어달라는 것.
하지만 학생출입금지 조건은 당초 PC방업계가 고위험시설 해제를 요구하며 정부에 스스로 제안했던 내용이다. PC방업계는 지난달 25일 "PC방이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요인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라면 PC방 운영시간 동안 학생(청소년) 출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강제적인 한자리 띄어앉기 실시를 조건으로 PC방을 고위험 시설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고위험시설에서 풀리자 스스로 내건 조건마저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PC방 업계와 '협의도 없이' 정부가 영업조건을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른 고위험업종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체육시설 등을 고위험시설에서 풀어달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반업종도 가세하고 있다. 서울의 한 식당 주인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관공서에서 행사를 해야 지역경제가 사는데, 행사를 하지 않으니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가 돌아가야 인근 식당도 장사가 된다"며 "언제까지 잡아둘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연한 가을날씨를 보인 지난 18일 오전 서울 남산서울타워 내 주요 시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재확산의 주요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는 교회도 정부의 '비대면예배' 방침을 풀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 사태 직후 대국민사과를 했던 한국교회총연합은 이제 '대부분의 교회가 방역을 잘하고 있는만큼 대면예배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풀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수도권에 내려졌던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를 결국 지난 14일부로 해제했다. PC방도 고위험시설에서 풀었고 독서실과 카페, 음식점 등의 영업도 정상화했다. 방역 보다 경제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현재 상황의 거리두기에서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을 가장 염두에 뒀다"며 "상황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일부 서민층에 대해 지나치게 큰 희생을 강조하는 것은 거리두기의 효율성과 수용성을 저하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제 이후 확진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100명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해서 다시 사회적거리두기를 강화하기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OECD국가 중 한국을 코로나19 방역 1등으로 평가한 이유도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준수와 자발적인 거리두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