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 4월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열린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형사재판 1심 선고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재판이 2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형사 8 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됐다.
전씨 측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이 이뤄졌는지 신문하기 위해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과 신현목 전 국방부 5·18 헬기사격 특별조사위 팀장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장 전 참모장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신 전 팀장은 출석 요구서가 송달되지 않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재판은 1980년 당시 육군본부 작전처장을 지낸 이종구씨와 국방부 5·18 헬기사격 특별조사위원을 역임한 최해필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등 2명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이뤄졌다.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 인근을 비행하는 군 헬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씨는 "19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헬기사격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당초 출석하기로 했던 일부 증인에 대한 증인 채택을 취소하기로 하는 한편 변론 종결 등 재판 절차와 관련해 향후 한 차례 더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 앞서 "검찰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위한 기일 속행을 요청했다"며 "변호인도 최종 의견 진술을 원하고 있는 만큼 한 차례 기일을 속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번 더 진행되는 공판기일에는 최후 의견 진술 등 변론 종결과 함께 전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지난 2018년 5월 기소돼 2년 넘게 진행된 전씨의 형사재판의 1심 선고는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재판에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도 방청객으로 참관했다.
고 조비오 신부 선종 4주기 추모식(사진=연합뉴스)
조 신부는 재판 전 기자들과 만나 "5·18 당시 헬기 사격이 틀림없이 있었고, 그 사실을 목격자로 증언한 것에 대해 사자 명예를 훼손했으니 틀림없이 유죄다"며 "형량보다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전두환 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년 동안 누구보다도 헬기 사격에 관한 기록을 많이 읽고 검토·연구했는데 그동안 본 자료 속에는 헬기 사격을 의심할 어떤 자료도 없다"면서 "검사는 재판이 끝나기 전 공소를 취소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옳은 일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두환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형사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