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연대와 통합을 두고 연일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계기로 범보수의 외연 확장을 꾀하거나 적어도 거대여당을 견제할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교집합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지금은 손사래만 치고 있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2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야권 혁신을 위한 경쟁을 선결 과제로 제안했다.
그는 "정권교체가 가장 큰 관심사이자 목표"라면서도 "지금은 어떤 선거 준비나 통합,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는 표현을 썼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솔직히 관심 없다"고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흡수 합당'의 가능성만 열어뒀다.
안 대표도 "그간 누적된 기득권·꼰대 이미지와 탄핵이 겹친 상황"이라거나 "30~40대의 묻지마식 혐오와 불신"이라는 평가로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최근 정치권 화두인 '공정거래 3법'에서 두 사람의 충돌도 발생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찾아 배추 경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22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대표에 대해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내걸어 찬성하는 법안에 안 대표가 반대하자 내놓은 반응이다.
두 사람은 과거 대선 과정 등에서 인연을 맺기도 했지만, 결별 이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김 위원장이 지난 대선 대선에서 안 대표에게도 실망했다는 전언과 안 대표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정치적 콜라보를 하지 않았다는 후문 등이 전해진다.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 자리를 꿰찬 김 위원장이 당내 초선과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장악력을 높여가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듭된 손짓과 거부에도 이들의 결합이 거론되는 이유에는 극심한 인물난과 뭉쳐야 승산이 있다는 범보수층의 여론, 원내 입지가 좁아진 국민의당으로서 안 대표의 등판을 위해 보수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정치 지형 등이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거듭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된다. 이날 강연에 앞서 축사를 했던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통합이고, 세력을 넓혀가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언제 하는 것이 효과가 극대화되는지는 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말씀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비대위원장도 언젠가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