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1번출구 앞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 기자회견장에서 인근 편의점주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경찰의 '보수단체 틀어막기'로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서울의 주요 길목 90곳에는 차량 검문소가 설치돼 통행 차량을 일일이 세워 짐칸까지 열어가며 검문을 진행했다.
광화문 일대는 도보 통행도 꽉 막혔다. 주요 도로는 물론 인도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빌딩 사이 샛길까지 경찰과 펜스들로 꽁꽁 묶여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광화문 일대를 무정차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이르는 세종대로와 인도는 경찰과 차량들이 방벽을 이루고 통행을 막았고, 케이블로 고정된 펜스가 광화문 주변 인도 곳곳에 설치됐다.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지하철은 5호선 광화문역,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 중이다.
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 도로가 경찰버스로 막혀져 있다. 인근 카페는 불이 꺼진 채 휴업 중이다. (사진=김태헌 기자)
평소 주말이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광화문 인근 상가들은 대부분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특히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등 세종대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장사를 하지 않는 상태였다.
인근 식당들도 휴업은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장사가 되지 않으니 영업 자체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편의점들은 불은 켜져 있었지만 손님이 거의 없었다. 간혹 불이 켜진 상가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찰의 발길만 종종 있었다.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벽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광화문역 1번출구 앞에서 예정된 8·15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기자회견장에 인근 편의점주가 갑자기 등장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점주는 비대위 최인식 사무총장에게 "당신 때문에 오늘 손님이 하나도 없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라며 소리를 쳤고, 최 사무총장은 "문재인(대통령)에게 항의하세요"라면서 맞섰다. 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가 "물이라도 한병 사겠다"며 편의점으로 들어섰고 편의점 점주는 "안 팔겠다"며 막아서기도 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광화문을 찾았다는 이모(75)씨는 "아침 일찍 나왔을 때는 괜찮았는데 일을 다 보고 수유리 집에 돌아가려니 이렇게 다 막아놨다"며 "서대문역이 너무 멀어 근처에서 택시를 잡을 계획이지만, 버스가 길을 다 막고 있어 어디까지 가야할 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휴일을 맞아 외출한 대학생 커플도 불편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모(22)씨는 "인근에서 등산을 하고 식사를 하러 내려왔는데 여기저기를 다 막고 있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인근 식당 문이 굳게 닫혀져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일부 보수단체들은 10대 미만 차량이 참석하는 소규모 차량집회를 진행했다.
애국순찰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를 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광진구 현대프라임아파트)까지 약 21㎞ 구간을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차량 시위를 열었다. 또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공영차고지까지 약 15㎞ 구간을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서울 시 경계와 한강 다리, 도심권 순으로 3중 차단 개념의 검문소를 운영해 도심 내 불법 집회를 철저히 차단할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