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비문 읽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지시에 항의하며 유엔 특별보고관 등에 서한을 전달했다.
정의연은 11일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소녀상 철거 압력과 미테구 당국의 철거공문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표현의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 전달했다.
서한에서 정의연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기까지 독일의 한국계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책 협의회' 등의 수년간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 끝에 소녀상은 베를린 도시공간문화위원회 심사에서 과반수 찬성을 거쳐 설립허가를 얻었고 베를린 시민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의 환영 속에 제막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시민들의 합의 속에서 건립된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철거 요구는 베를린 시민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미테구 당국이 아무런 논의 없이 갑자기 철거공문을 전달한 것도 부당한 행정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철거 시도는 베를린 시민들이 여성인권과 평화에 대한 역사를 배울 기회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보편적 인권문제로 보고 인권규범을 다시 써온 유엔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미테구는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준다.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