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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즐긴대" 수군거림에 두번 우는 울산 화재 피해자

울산

    "호캉스 즐긴대" 수군거림에 두번 우는 울산 화재 피해자

    3성급 비즈니스호텔 임시거주지로 지정된 것 두고 비난 잇따라
    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여론 눈치 보며 '속앓이'
    울산시 "관련 지침 어기지 않아…공공임대주택 등 확보 검토"

    화재 피해를 입은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 전경. (사진=반웅규 기자)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다른 손님들이 수군거리더군요. 호텔에서 호화생활한다고. 아이들 마음의 상처가 제일 걱정이에요."

    울산시가 주상복합 화재 피해 주민에게 비즈니스호텔을 임시거주시설로 제공한 것을 두고 이른바 '호캉스(호텔휴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원색적인 비난에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울산시는 관련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며 논란을 진화하는데 여념이 없다.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화재 피해 이재민은 132세대, 437명으로, 이들 중 236명이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에 있는 스타즈호텔에 머물고 있다.

    이곳은 3성급 비즈니스호텔로, 울산 남구청이 여름철 자연재난에 대비해 이주민 임시거주시설 협약을 맺은 곳이다.

    수백명의 화재 피해민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해당 숙소가 만실이 되자 나머지 주민들은 인근 숙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이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피해자들을 상대로 "호캉스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화재 직후 SNS 등에서 호캉스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세금으로 과잉 지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SNS 등에는 화재 피해 주민들을 상대로 원색적인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피눈물을 흘렸던 주민들은 예기치 못한 비난을 받게 되자 여론의 눈치를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A(여)씨는 "호텔 주변 식당에서 사람들이 피해 주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며 "울산시와 남구청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임시거주지를 지정해줬는데 '호텔'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마치 호캉스를 즐기는 것처럼 호도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 떠도는 비난 글을 보고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몹시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B씨는 "주민들이 원해서 비즈니스호텔을 임시거주지로 배정받은 것이 아닌데 이재민들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고급 아파트에 사는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으로 호텔에서 호의호식한다'는 식의 비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과거 이재민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있었던 만큼 과잉 지원 지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이재민 가구당 6만원씩 7일까지 지원할 수 있다.

    이번 비즈니스호텔은 행안부 지침에 어긋나지 않는다.

    앞서 시는 지난 3월 울주군 웅촌면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와 태풍 마이삭·하이선 상륙 당시에도 피해자에게 같은 지원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체육관 등에 임시구호소를 차릴 수 없었고, 비즈니스호텔을 지원해도 관련 지침을 어기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피해 주민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연수시설 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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