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기도 제공)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재명표 기본소득'에 큰 관심을 보이며 꾸준히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美 WSJ · FP · 더디플로맷, 최근 '기본소득·지역화폐' 집중 조명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South Korea’s Universal Basic Income Experiment to Boost the Economy)'이라는 제목의 6분 44초 분량의 미니 다큐를 공개했다.
WSJ는 "경기페이(경기지역화폐)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에 기반한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불평등과 빈곤 감소를 위해 시민들은 고용 여부나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자동화 수준을 달성한 국가라는 점이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의 국제문제 권위지 '포린 폴리시'(FP)도 경기도의 지역화폐 효용성을 극찬했다.
FP는 9월 16일(현지시간) '코로나가 한국 빼고 모든 경제를 무너뜨렸다'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경기도 지역화폐는 소비 진작과 소비 선순환을 견인하는 '창의적인 해결책'의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더디플로맷도 6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 진지하게 검토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 김동우 연구원은 이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충격 이후 여론과 초당적 이해관계, 기본소득당, 지역 실험 등 여러 요인의 조화는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에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WSJ과 인터뷰를 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 제공)
◇'민주당 경선주자' 앤드류 양, '이재명표 기본소득 실험'에 큰 관심미국의 주요 언론뿐 아니라 정치인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도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앤드류 양은 WSJ의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 미니 다큐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실험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도 앤드류 양의 글을 리트윗하며 "더 나은 이해를 위해서…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의 독특한 점은 3개월 이내에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상권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돈을 쓰면서도 경제가 순환되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앤드류 양은 이 지사의 글에 대해 "나도 지역화폐를 좋아한다"고 화답했고, 이 지사 역시 "기본소득 토론에 대한 당신의 지원과 참여를 항상 환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대만계 이민자 2세인 앤드류 양은 2년 전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면서 '1인당 매월 1000달러씩 지급하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에 거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자유배당금'을 주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3월 18일(현지시간) "앤드루 양은 경선에서 퇴장했지만, 그의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는 현금지급 정책이 그의 기본소득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사진=WSJ 화면 캡쳐)
◇美 '경제파국' 위기감 고조…'소득재분배 위한 재정정책' 중요성 부각이처럼 미국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그 실험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시절부터 기본소득제(청년기본소득)와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부분적으로 도입해왔다"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장서서 광범위한 실험을 진행 중인 경기도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심각한 위기에 처한 미국의 현 경제상황을 '제로금리'와 '추가 양적완화'와 같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타개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미국인이 대출을 못갚아 집에서 쫓겨날 판이다", "추가부양책이 없을 경우 경제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등 공개 경고를 통해 연일 트럼프 정부와 민주당의 추가부양책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지난 2분기 모기지(mortgage·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 연체율은 8.22%로 9년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다. 2분기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은 주택보다 더 높아 10.3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모기지(저신용자 주택담보 대출) 7월 연체율은 23.7%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당장은 모기지 상환을 유예시켜놨지만, 조만간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체율 급등과 주택 압류 등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로 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희 "트럼프 경제정책, 이미 '기본소득'쪽으로 방향 틀어"미 정부로서는 재정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며 위기를 돌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사회는 부의 편중현상이 심해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중산층의 타격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올해 1분기 연준의 소비자재정조사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가구가 전체 부의 68.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가구는 전체 부의 1.4%를 소유하는데 그쳐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돈의 인문학' 저자인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정책이 상위 1%에만 혜택이 집중되면서 주식과 주택 등 자산가격만 올려놓고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도움이 안된다'는 반성을 바탕으로 미국의 통화주도권은 이미 연준에서 재무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의 재정정책도 과감한 재난지원금 지원 등으로 경기활성화를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나 기본소득 도입 논의 등을 '좌파적 발상'이나 '포퓰리즘'으로 단순화해 비판하는 움직임은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가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집행된 미국의 경기부양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고소득자를 제외한 국민 90%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등 이미 '기본소득'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민과 중산층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