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자신이 직접 만든 잠수함에 여기자를 초대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죄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덴마크의 발명가 출신 기결수 페터 마드센(49)이 탈옥했다가 수 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살인·사체 유기로 2017년 체포되기 전까지 개인 잠수함과 우주선 프로젝트로 '덴마크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마드센은 탈옥 후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까지도 고스란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페터 마드센이 자신이 수감된 코펜하겐 인근 헤르스테드베스터 교도소를 탈출했다가 5분만에 발각돼 경찰과 2시간여를 대치한 끝에 체포됐다.
마드센은 2017년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잠수함에서 자신을 취재하던 여성 기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바다에 유기한 범행으로 세계를 경악케 한 인물이다.
범행 전까지 그는 잠수함 세 척을 직접 만들고, 우주선 제작에도 나서며 덴마크에서 '괴짜 발명가'로 유명해졌고 각종 방송과 신문 인터뷰들을 통해 유럽에서는 이름이 꽤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를 '덴마크의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2017년 8월, 스웨덴의 저명한 프리랜서 기자 킴 월(사망 당시 30세)은 수개월 간 요청 끝에 그와 단독 인터뷰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마드센이 자기가 만든 잠수함 'UC3 노틸러스'을 함께 타자고 초청한 것이었다.
월은 영국의 런던경제대(LSE),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북한, 아이티, 우간다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영·미권의 주요 매체에 기사를 보내던 촉망받는 엘리트 기자였다.
월은 10일 저녁 7시께 잠수함에 마드센과 탑승했는데 마드센과 함께 잠수함 위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지나가던 다른 배에 있던 사람에 의해 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월은 그러나 그날 이후 돌연 자취를 감췄다.
열흘 가량 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인근 섬의 해변에서 사지와 머리가 잘린 그의 시신이 발견됐고 시신의 다른 부위와 그가 입던 옷은 몇 주 뒤 바다에서 발견됐다. 마드센은 즉시 체포돼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덴마크 법원은 마드센이 월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했다고 판단해 2018년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마드센은 법정에서 여러 번 진술을 번복한 끝에 결국 자신이 월의 시신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월이 죽은 건 잠수함 내의 이산화탄소 누출 탓이라며, 재판과정 내내 살인과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끝내 거짓으로 드러났다. 마드센은 지난 9월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말다툼 끝에 자신이 월을 직접 살해했다고 고백했다.
2년 넘게 수감 중이던 마드센은 이날 오전 10시께 탈옥을 감행했다.
헤르스테드베스터 교도소 측에 따르면 그는 총기처럼 보이는 물건으로 교도관을 위협해 탈출한 뒤 흰색 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400여 m 떨어진 지점에서 탈옥 5분 만에 경찰에 발각돼 대치했다.
마드센은 폭탄 벨트로 위장한 물건을 몸에 두른 채 경찰을 위협하며 두 시간가량을 대치하다 결국 체포됐다.
경찰은 마드센이 탈옥 과정에서 외부 도움은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구체적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덴마크 현지 언론들은 마드센과 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현지 방송사들은 울타리에 기대앉아 있는 마드센을 향해 경찰 저격수 두 명이 그를 표적으로 겨누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생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