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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24년차 교수가 '자기돈'들여 책낸 사연은?

    숙명여대 강형철 교수 POD 방식으로 대학원생 위한 책 내
    "교수로서 받은 사회적 혜택,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열린 사회과학 연구방법'의 저자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강형철 교수(사진=강형철제공)

     

    "교수직이 사회가 준 혜택이라 생각하고 뭔가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논문을 쓰려는 젊은이들에게 '지적 봉사'하는 마음에서 일년동안 고민하고 변호사와 상의해서 책을 내게 됐다"

    언론학자로 이름난 대학교수가 POD(Publish On Demand) 방식으로 사회과학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책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POD는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을 받아 책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강형철(58) 교수는 최근 '열린 사회과학 연구방법'(퍼플)이라는 책을 냈다. 그동안 대형출판사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책을 내왔지만 이번 책은 일년동안 준비해 모든 것을 '혼자' 해냈다.

    출판사에 자비로 수백만원의 편집비를 냈고 교정은 스스로 봤다. 책 표지도 강 교수가 직접 만들었다. 당초 무료로 인터넷에 PDF 파일을 올리려고 했지만 구글 플레이북스에 올려야 검색이 되기 때문에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3000원에 340페이지의 알찬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책자로 보고 싶은 경우는 교보문고에서 POD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 POD 로 책정된 가장 낮은 가격인 만원대에 사볼 수 있다.

    강 교수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를 해 본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지적재산권이 비싸 돈 있는 사람만 책을 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인식이 있어 PDF로 배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분위기를 잡아서 가면 다른 교수와 후배들도 비슷한 길을 가지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을 처음 소개했던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도 자신의 저서 '코드(Code):사이버 공간의 법이론' 개정판을 PDF 파일로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사회과학을 연구하려 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실증적 사회과학 방법론이 어떤 논리로 이뤄져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쓰여 졌다. 사회과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인 '이론'이 무엇인지, 이론이 법칙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사회과학 논문이 말하려는 바는 무엇인지, 사회과학이 다루는 현상이란 어떤 것이고 그 현상 간 관계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소규모 표본만으로 전체를 설명하는 논리와 그 제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질적 연구도 과학적일 수 있는지 등을 풀어냈다.

    연구 절차 등 주요 개념 설명에서부터 시작해 사회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통계분석방법, 연구 방법론까지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담아낸 책이다.

    실제 사회과학 방법론은 무척 어렵다. 이 어려운 점을 쉽게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강 교수는 "사회과학 방법론이 기본적으로 신병훈련소나 사관학교 같은 느낌이다. 이론은 내용이 있으니 이해되는데 방법론은 툴(tool)이라 직접 써 보지 않고선 모른다. 그래서 학생들이 힘들고 재미없어 한다. 이해되게 체감적으로 알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책의 내용들이 방법론 교재나 강의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충분한 수준에 이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학원생들이 사회과학 방법론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구멍' 이 날 만한 부분을 메워보려한다고"고 설명했다.

    실증 연구의 논리를 올바르고 철저하게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함을 담보하지 않은 연구는 잘못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할 수 있다. 아니, 과학주의의 잘못된 적용은 도리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는 비과학과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사회과학의 원리와 원칙을 철저히 알고 연구에 나서야 한다.

    실증적 방법은 인류 지식발전의 성과인 이성주의가 고안해낸 최선의 객관적 앎의 방법이다. 하지만 높은 객관성이 곧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계 내에서, 제한을 알고 이 방법을 사용하고 인간과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철저하고 겸손한 자세로 공부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고 이 책을 내가 쓰게 된 동인이었다.
    -결론 '철저하고 겸손한 연구자를 위해', 열린 사회과학 연구방법, 332,334쪽


    강 교수는 "학자들도 방법론이 진실인 것처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잠정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는 것으로 삼아야지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며 "철저하게 알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형철 교수는 YTN 기자를 거쳐 지난 97년부터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원 연구방법론을 강의했다. 한국방송학회장, 정보통신정책학회장, <한국방송학보> 편집위원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KBS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융합미디어와 공익>(학술원 우수도서 및 한국언론학회 희관언론상 수상), <공영방송론>(학술원 우수도서), <공영방송재창조>등이 있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강형철 교수가 POD형태로 펴낸 '열린 사회과학 연구방법'(사진=강형철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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