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재호 (사진=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의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6이닝 '11K' 무실점 호투로 자신의 임무를 마친 뒤 포효한 순간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명장면이었다.
플렉센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덕아웃으로 걸어갈 때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그의 곁을 지나가며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재호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에 대해 "플렉센이 이런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촌스럽게 긴장을 너무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김재호는 "자신의 역할을 끝냈으니까 거기서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모습에 지나가면서 웃음이 나왔다. 크리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귀여워 보였다. 저도 어렸을 때는 그랬다"며 미소를 보였다.
두산의 베테랑으로서 2010년대 전성기를 이끌어 온 김재호는 이처럼 큰 경기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김재호는 1차전 4회말 무사 1루에서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 성공해 추가 득점에 기여했다. 중요한 흐름에서 나온 과감한 작전이었지만 김재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김재호는 "내가 팀에서 작전을 그나마 많이 하는 편이다. 연습할 때 항상 연습하던 거라서 편안했다"며 "(1루 주자) 오히려 박세혁이 빠르게 뛰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단기전에서는 동료의 허슬 플레이에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 정수빈의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보고 가슴 속에서 끌어오르는 게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재호는 "전혀 없었다"며 웃었다.
김재호는 "오히려 다칠까봐 걱정했다"며 "시리즈를 할 때마다 그런 장난을 한다. 안타를 못 치면 그 선수가 욕을 먹으니까 누가 빨리 안타 치나 그것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처럼 김재호가 지난 1차전의 여러 장면들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오랜 기간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김재호의 여유에서 두산이 얼마나 강한 팀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