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라울 알칸타라가 12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회초 유한준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라울 알칸타라를 그때 교체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12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산의 '20승 다승왕' 알칸타라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기간 목에 담 증세를 보였던 그는 당초 2차전 등판이 유력했으나 이틀 더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전까지 여러 차례 득점권 위기가 있었지만 알칸타라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KT 타자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8회초 분위기가 달랐다.
알칸타라는 2사 후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KT의 6회초 공격 때 멜 로하스 주니어가 얻어낸 고의볼넷을 제외하면 이날 경기 양팀 선발투수가 허용한 첫 볼넷이었다.
꾸준히 시속 150km를 넘겼던 알칸타라의 패스트볼은 8회 들어 140km 후반대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빠른 공이었지만 이날 알칸타라와 네 번째 타석 대결을 펼치는 KT 타자들에게 이 차이는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2사 1루 로하스의 타석 때 두산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때 알칸타라의 투구수는 이미 100개를 넘긴 상태였다. 하지만 교체는 없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알칸타라는 로하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계속된 2사 1,3루에서는 유한준이 마침내 0의 균형을 깨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투수 교체에 정답은 없다. 항상 결과로 평가 받는다. 두산은 아마도 불펜에서 나올 투수보다 그래도 마운드에 있는 알칸타라의 구위가 더 좋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모든 건 결과론이다.
이후 두산은 투수를 홍건희로 바꿨다. 이어지는 2사 1,3루 강백호 타석 때 포일이 나오면서 KT는 손쉽게 추가 득점을 올렸다. 두산에게는 뼈아픈 추가 실점이었다.
KT는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백호의 고의볼넷과 박경수의 볼넷으로 주자는 만루가 됐고 배정대가 중견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2타점을 쓸어담았다. 장성우의 적시타도 나왔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5대0이 됐다.
두산은 8회말 오재원의 솔로홈런과 9회말 김재환의 솔로포로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흐름은 넘어간 뒤였다.
알칸타라와 달리 쿠에바스는 이강철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지 않았다. 8회까지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8이닝동안 볼넷없이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는 두산을 5대2로 누르고 2패 뒤 첫승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