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군(軍) 내 피의자 신문을 할 때 개인정보 수집은 범죄사실과 관련된 '최소한도'의 내용만 허용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8일 해군 참모총장에게 피의자 신문 시 개인정보 항목 기재는 범죄 성립 및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만 선별해 수집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 장관에게도 각 군마다 해당 사례를 전파하고 부대 내 피의자 신문제도를 빠른 시일 내 개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진정인 A씨는 해군 소속 군인으로 복무 중 해군 군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 신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죄사실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다수 질문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군사법경찰관이 최종학력, 입대 전 직업, 가족사항, 종교, 주량, 흡연량, 동산 및 부동산 금액 등 생활정도, 학창시절 동아리 등까지 질의했다며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 측은 "군사법경찰대는 피의자 신문 시 모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신분확인을 위한 통상적 인정신문(소속·군번 등)과 피의사실 등에 따른 추가신문(피의자의 환경·교육·경력·가족상황 등)을 관련법령에 의거해 실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절차는 모든 해군 군사경찰대대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 군사경찰대 역시 그간 각 사건과 혐의에 대한 '담당 수사관의 판단 아래' 피의사실 관련 추가신문을 실시해 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경찰청 측은 "피의자의 정상에 관한 내용은 임의적 질문사항"이라면서도 "지난해 8월 관련지침을 통해 피의자 신문 시 해당사건 및 피의자의 정상참작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개인정보에 대한 질문은 지양하도록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인권위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 상 피의자 신문에 대한 근거가 있고,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이 보장돼 있다 하더라도 피의자의 개인정보는 수사상 필수적인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의자에 모든 사항에 대한 신문이 언제나 허용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처분이나 양형에 참작할 수 있는 사항으로서 범죄수사 및 형벌권 행사의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진정인이 확인한 진정인의 종교, 주량, 흡연량, 출신학교, 동아리 등의 정보들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인 바 수사상 필요한 경우 외에는 일률적 수집을 지양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이 정보들이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사항으로서 반드시 신문내용에 포함돼야 하는 것임을 피진정인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달리 볼 여지가 있겠으나, 이 사건 피진정인의 주장은 일반적 수사 관행임을 읍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진정인의 범죄 정상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양형판단의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과 기본권 침해의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반하여 진정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같은 신문 관행이 이번 사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군 내 수사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돼온 관행임을 감안해 유사사례 방지를 위한 관련제도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군 수사기관이 수사방식을 원용해 왔던 경찰청이 이미 2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 시 신문사항을 자체적으로 개선해 실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방부 차원에서도 현재 검토 중인 관련제도의 개선을 시급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