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진성 (사진=연합뉴스)
한국시리즈처럼 큰 무대에서 주자가 루상에 있는 가운데 등판하는 것만큼 불펜투수에게 힘든 과제도 없다.
이닝이 시작할 때에 맞춰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누군가는 경기 중후반 위기 상황에서 불을 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2020시즌 KBO 정규리그 챔피언 NC 다이노스는 올해 두산 베어스를 상대하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김진성에게 이같은 역할을 맡기고 있다.
한국시리즈 5경기 연속 등판한 김진성은 이닝이 시작할 때 마운드에 오른 적이 한번도 없다. 무사에 주자가 출루했거나 혹은 득점권 위기 상황 때 등판 호출을 받았다.
2점차로 앞선 1차전 6회 1사 2,3루와 6대6으로 팽팽하던 3차전 7회 무사 1,3루에서 각각 승계주자 1실점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김진성은 대량 실점을 막았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빈틈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5대0으로 앞선 지난 5차전 8회 무사 3루에서 등판해 세 타자를 연이어 아웃 처리한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이동욱 NC 감독은 5차전이 끝난 뒤 "김진성이 3루주자와 아웃카운트를 바꾸려고 했던 것 같다. 1점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것이 오히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가고 아웃 카운트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은 김진성이 현재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하다고 밝혔다.
김진성은 올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볼넷없이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호투를 펼쳤기에 그의 활약은 가치가 더 높다.
2014년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이 올해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진성은 24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마무리를 했을 때와 비슷하다. 승계주자가 있으면 몸이 반응한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몸 상태가 다르고 전투력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성은 "위기 상황에서 올라가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타자가 기가 살 것 같아서 마운드에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마운드에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1985년생 베테랑 김진성은 올해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 불만을 품고 스프링캠프에서 돌연 귀국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시즌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다시 NC 불펜의 주축이 됐다.
그래서 최근 활약이 더 의미가 크다. 김진성은 "시즌 초 동료들에게 미안한 짐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9월 이후 29경기에서 3승무패 6홀드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해 NC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 초반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은 관계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힘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고 5경기 연속 연투에도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김진성은 "몸에 힘이 있다는 게 느껴져 많이 나가도 지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체력이 괜찮아 감독님에게 많이 내보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에 감독님께 죄송했는데 후반에 믿고 내보내주셔서 거기에 보답하려면 열심히 던지는 길 밖에 없다"며 "2016년 한국시리즈 때는 모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쫓기지 않는 느낌이라 이길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 올해는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