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단행한 직무정지‧징계청구 조치에 윤석열 검찰총장도 법적 대응이라는 강수로 맞서면서 초유의 갈등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추 장관의 강경 행보가 '윤석열 해임'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 총장은 "끝까지 법적 대응" 입장으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충돌의 파열음은 한동안 정국의 핵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秋, 민주‧법치주의 부정"…추미애 "尹 징계위 내주 개최"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 하루 만인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6일엔 이 처분 자체의 위법성을 따지는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그의 발 빠른 대응을 놓고 한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의 정치적 조치에 맞서 끝까지 법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은 이례적으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추 장관 조치의 부당함을 강조한 입장문도 내놨다. 그는 "법무부장관이 징계청구를 한 사항은 사실관계에서도 인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해임 수준의 중징계 사유나 직무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며 추 장관이 발표한 감찰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추 장관이 본인 소명도 듣지 않은 채 반박 가능한 의혹들을 근거로 무리하게 강경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특히 "검찰총장의 임기제는 임기 내에 임의적인 해임을 못하게 함으로써 법치주의를 보장하는 기관 중 하나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한 제도"라며 "일방적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는 사실상 해임으로서 임기제의 취지를 부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밝혔다. 전례 없는 고수위의 비판이다.
이날 전국 평검사들부터 검사장들까지 추 장관에게 '조치 재고'를 요청했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의할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를 다음달 2일에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의 목소리를 저항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나아가 법무부는 판사 사찰 문건을 보고 받고 이를 대검 부서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통상적인 재판 준비 업무였다는 윤 총장의 반론과 관계없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그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집행정지' 법원 판단이 중요 변수…이르면 내주 판가름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극한의 강 대 강 대치 구도 속 중요 변수로는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거론된다. 인용 여부에 따라 한 쪽의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은 정지된다.
보통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다룰 때 처분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혐의의 상당성 등도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직무정지 처분의 근거가 된 윤 총장 혐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1차적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워낙 관심이 쏠린 사안인데다가, 특히 판사 사찰 의혹도 감찰 결과로 언급된 만큼 법원에서 추 장관 처분의 근거에 대해서도 상세히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두 사람 행보의 명분과 직결될 수 있는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내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석열 징계위' 예정일인 다음달 2일 전에 결과가 나온다면 징계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법조계에선 징계위 결과까지 취합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징계위' 코앞…해임 결과 나와도 尹 끝까지 갈 듯추 장관이 위원장으로서 소집하기로 한 '윤석열 징계위'에서는 최고 징계인 해임이 의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추 장관 본인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총장 해임 건의 여부에 대해 "감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그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가, 징계위 위원 7명 가운데 5명은 추 장관이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임이 의결되면 법무부장관이 제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집행한다. 이 경우에도 윤 총장은 해임 처분에 대한 소송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의 주변에서 나온다. 추 장관을 통한 해임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뜻으로 보기 힘들다는 논리다. 다만 윤 총장 측 변호인은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총장의 해임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은 이번 집행정지 신청의 결론은 내놓게 된다.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윤 총장의 추가 행보에 동력이 되겠지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본안 소송은 한동안 이어지게 돼 현 정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