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두산을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의 백미는 단연 집행검이다. 리지니 집행검의 등장 덕분에 NC다이노스는 NC팬이 아니더라도 모든 야구팬의 축하를 받았다.
그 뒤에는 '택진이형'으로 불리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있다.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꿈으로 이어졌고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게임회사 창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야구단을 만들었고 10년 만에 우승을 일궈냈다.
김택진 대표는 NC다이노스 창단부터 창원 NC파크 개장, 구단 운영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택진이형의 할 일은 거기까지였다. 경기 운영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몫이기 때문이다.
구단주가 경기 라인업과 선수 교체에 개입하고 작전 지시까지 해 물의를 빚은 몇몇 구단들과 달랐다. 구단주가 구단을 소유하는 것은 맞지만 경기까지 소유할 수는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을 총괄하고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검사들을 자기 부하처럼 직접 통제하거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개혁의 막중한 사명을 띠고 등장했다. '유관순 열사 이후 한국 현대사에 가장 강인한 여성'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검찰 기득권에 강력히 맞서왔다.
그러나 열정이 냉정을 무너뜨렸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검찰개혁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몰아내기'만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 사이 검찰조직은 형해화되고 일찌기 보지 못했던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까지 초래했다.
수단이 잘못되면 목적도 정당성을 잃는다. 추미애 장관은 법무행정을 넘어 검찰인사와 수사, 감찰과정 전반에까지 지나치게 개입했다.
이는 1일 사법부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효력정지 신청 인용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행정처(법무부)에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 해도 그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 독립성을 몰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독립성이란 단어는 역설적으로 검찰권력의 보호막 역할을 해왔다.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 일행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헬기까지 동원해 광주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한지 40년 만에 재판정에 서고 달걀세례까지 받았다.
하지만 군부정권도 무너뜨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여전히 견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이다.
그 조직을 운영하는 총수는 지난해 여름 자신의 측근들로 검찰조직을 장악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헌법주의자를 자처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검찰우선주의자의 다른 표현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패착은 이를 오역한데서 기인한다. 야구로 치면, 그런 감독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구단주가 감독을 건너뛰어 선수를 지휘하고 작전지시까지 한 셈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추미애 장관은 택진이형 만큼만 했어도 충분했다. 추 장관은 법무행정과 검찰개혁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뒷받침하는 것만 잘해도 성공한 장관이 될 수 있다.
집행검을 제작하고 우승 현장에 운반한 것은 구단주 김택진이었지만 집행검을 뽑아든 사람은 주장 양의지였다. 추미애 장관은 직접 집행검까지 뽑아들고 휘둘러댄 것이다.
김택진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추미애의 검찰개혁에 대한 열정은 같지만 냉정함에서는 분명 달랐다.
택진이 형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았고 추미애 장관은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한 게 잘못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