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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던 24살 청년은 왜 그렇게 죽어야 했나

영동

    꿈 많던 24살 청년은 왜 그렇게 죽어야 했나

    골프채 폭행 이어 주먹 가격…피범벅된 얼굴
    무차별 폭행 18시간여 만에 병원…끝내 숨져
    지인 "예전부터 폭행 등 괴롭힘 있었다" 증언
    유족 "엄중 처벌" 요구…"살인죄 적용" 목소리도

    부검 결과 사진으로, 부상 당한 피해자의 등과 머리. (사진=유족 측 제공)

     

    중학교 동창에게 폭행을 당해 끝내 사망에 이른 24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폭행의 정도에도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망 당일에는 이미 한 차례 더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과 주변 지인들은 "오래전부터 괴롭힘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어 사건 전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동생 A씨(24)의 죽음을 전해 들은 건 지난 12일 오후 9시쯤. 타지역에서 일하는 A씨의 누나는 강원 속초를 향해 오는 길에도 믿을 수 없어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죽음도 믿을 수 없는데 그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얼마나 큰 부상이었기에 숨진 건가, 싶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주변인들로부터 '그날'의 일, 그리고 그 이전부터 가해오던 괴롭힘에 대해 전해 듣고는 끝내 오열했다.

    '그날'은 지난 12일 새벽 2시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최모(24)씨 등 평소 자주 모이던 동창들과 1, 2차를 함께 했다. A씨와 최씨 등을 포함해 1 ,2차를 함께한 4명은 새벽 2시쯤 속초시 조양동의 한 PC방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PC방 인근 공터에서 이미 1차 폭행이 발생했다. 최씨는 A씨에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A씨의 등과 다리 등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양주를 마시자며 최씨의 집으로 이동했는데, 여기서 2차 폭행이 발생했다. 함께 술을 마시다 담배를 피우자며 밖으로 나와 발생한 폭행이었다. 최씨에 의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A씨는 이후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주로 얼굴을 집중적으로 맞았고,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 됐다.

    현장에 있던 동창 중 한 명은 이를 직접 찍었는데, 취재진이 사진을 입수해 확인해 본 결과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은 채 피로 뒤덮여 있었다. A씨를 다시 최씨의 집으로 데려와 피를 닦아내고도 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현장에 있던 동창들은 물론 현장에 없던 친구에게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유족은 "이미 의식도 없어 보이는데, 사진을 찍을 시간에 구급차를 불러야 했던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1, 2차 폭행이 발생한 이후 무려 18시간여 만에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끝내 숨졌다.

    피해자 A씨에 대한 1차 폭행이 벌어진 PC방 뒤 공터. (사진=유선희 기자)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A씨와 친했던 친구는 직접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원인에 따르면 최씨의 괴롭힘은 이미 3년여 전부터 도를 넘어 A씨가 고민을 상담할 정도였다.

    청원인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A씨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던 친구라 동창 무리와 어울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씨는 학창시절에는 A씨를 그렇게 심하게 괴롭힌 것은 아니었는데, 3년여 전부터 술을 마시고 폭행하고, 옷을 벗기고 조롱거리로 삼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청원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최씨와 함께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어딘가 상처가 나기 일쑤였다.

    동창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임인 까닭에 A씨는 최씨와의 관계에 고민이 더 컸단다. 고민이 쌓여가는 만큼 폭행의 정도는 심해진 걸까, 끝내 A씨는 싸늘하게 숨졌다.

    A씨의 누나(25)는 "남동생은 제가 타지역에 있는데도 연락을 자주 했고, 저도 속초에 오면 꼭 동생과 술 한잔하며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며 "부모님 농장을 물려 받을 건지 직접 가게를 차릴지를 고민하던 꿈 많은 동생이었는데, 이렇게 황당하게 숨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동생을 본 게 지난 7월이었는데, 그때 최씨와도 같이 술을 마셨다"며 "저는 동생 기 살려준다고 술도 사줬는데 실상은 동생이 도를 넘은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지 잘 몰랐다"고 자책했다. 지난 9월 동생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카톡은 이제 더는 이어나갈 수 없게 됐다.

    그는 "지난 10일 유치장에 있는 최씨를 직접 만났는데 골프채로 때린 것 등 모두 '기억이 안 난다'며 부인만 하고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며 "최씨가 꼭 본인이 지은 죗값만큼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의 친구 청원인은 "피투성이가 된 사진을 보고 정말 몸이 떨렸고, 누군가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청원하게 됐다"며 "현재 최씨는 상해치사 혐의를 받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해왔던 폭행들과 당일 골프채 폭행 등까지 볼 때 살인죄로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당시 폭행 사건 때 방조한 동창들도 마땅한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자 친구라고 밝힌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발췌)

     

    이와 관련해 속초경찰서는 이날 최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또 당시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동창 2명은 방조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조사에서 최씨는 "A씨가 부모에 대한 모욕적인 욕설을 해서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에 따르면 폭행 이후 서로 화해를 하고 잠이 들었고, 같은 날 오후 8시쯤 코를 골며 자던 A씨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한편 경찰은 A씨의 부검 결과 경막하 출혈에 의한 사망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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