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헬스장과 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2주 연장하자 일부 업주들이 이에 반발하며 운영을 재개했다. 이들은 "헬스장은 샤워실만 폐쇄하면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는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며 "방역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벗을 일 없는데 왜 우리만 금지"…문 여는 헬스장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 용산구의 ㄱ헬스장은 영업을 재개했다. 현재 헬스장과 같은 실내체육시설은 정부의 거리두기 2.5단계 정책에 따라 '집합금지' 업종에 속한다. 정부는 이달 3일까지였던 집합금지 조치를 17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ㄱ헬스장 김성우 대표는 "체육시설업에 대한 집합금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17일 이후에도 지금 중대본에서는 정확하게 우리에 대한 집합금지가 풀린다, 안 풀린다가 없다. 확진자를 봤을 때 (집합금지가) 2월 말까지 갈 것 같다. 그러면 저희 90%는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우나나 음식점, 술집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데도 영업이 가능하고, 저희는 마스크를 쓰는 업종인데도 불구하고 집합금지를 하고 있다"며 "샤워실을 폐쇄하면 마스크 벗을 일은 전혀 없다.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데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헬스장에는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약 20명 가까운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돌아갔다. 2·3층 모두를 사용하는 ㄱ헬스장은 총 170평 규모로 동시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최대 40명 정도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4명이 동시에 운동을 하고 있었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
4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서울 용산구 ㄱ헬스장 김성우 대표. 서민선 기자
운동을 하러 온 A(35)씨는 "아무래도 5인 이상 집합금지인 상황이라 헬스장에 사람이 많으면 그냥 나가려고 했다"며 "저 같은 경우에는 직업 특성상 움직임이 아예 없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근육을 써야 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산책을 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많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마다 운동을 꼭 안 해도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꼭 해야 되는 사람들이 있다"며 "헬스장은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천편일률적으로 금지를 오랫동안 하는 게 과연 맞는가 생각이 든다. 여기서 '턱스크' 한 사람도 못 봤을 정도로 많이들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시고 관리도 되게 잘해주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를 안 쓰고 운동하시는 분이 있어서 전액 환불 처리해 드린 적이 있다. 회원분들도 이런 걸 믿고 찾아와 주시는 것"이라며 "취식도 금지할 수 있고, 모든 구역에 CCTV도 있기 때문에 만약 (감염) 문제가 있을 시 증거자료도 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전문가는 우리인데 나라에서는 한번도 물어보질 않았다"며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라 21시까지만 똑같이 영업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일 영업을 재개한 ㄱ헬스장. 마스크 미착용시 퇴실조치 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서민선 기자
◇"왜 대기업 스키장은 허용?"…불붙은 '형평성 논란'같은 체육시설인데 방역조치가 다른 점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한다면서도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동시간대 교습 인원이 9명 이하면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스키장 등 겨울 스포츠시설 또한 수용 인원을 제한한 상황에서 운영을 허용했다.
이에 김 대표는 "발레나 태권도장 등의 9인 이하 허용은 환영한다. 같은 소상공인으로서 그분들이라도 풀려서 다행"이라면서도 "정부가 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제한을 둔 건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코로나 감염 위험이) 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스키장은 제한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풀어줬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실외체육시설에 대한 제한적 운영을 검토했으면,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 운영을 검토해서 영업을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환불해 준 금액만 3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임대료와 직원 급여 등 고정 지출도 문제다. 평소 약 800~1000명 사이의 회원수가 꾸준히 유지돼 왔지만, 최근 5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거리두기 연장으로 불안에 빠진 시민들이 환불 요청을 많이 한다.
4일 영업 재개한 ㄱ헬스장 내부 모습. 서민선 기자
헬스장 직원은 "오픈을 한다고 하니까 불안감이 좀 적어졌는지, 오늘은 환불 문의가 하나도 없었다"며 "다이어트 같은 목표가 있어서 오시는 분도 많지만 회원 중에는 건강 악화나 당뇨병, 지병 등이 있으신 분들도 꽤 있다. 그런 분들은 운동을 안하게 되면 힘드시니까 좀 더 희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2시쯤에는 구청 직원이 단속을 나오기도 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우선 영업재개에 대한 경고 조치만 취하고 돌아왔다"며 "추후 계속 영업을 재개하고 이용자 적발시 과태료 처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헬스장은 과태료 처분을 받더라도 계속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 업주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각각 부가된다. 헬스장 측은 "과태료를 낼 거고, 회원분들에게 부과되는 것도 저희가 다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회장이 영업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회장 SNS 캡처
◇전국 헬스장 1천여곳 '오픈시위' 동참…"융통기준 필요" 국민청원 등장정부 방역 조치에 불복해 벌어지는 헬스장 '오픈시위'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헬스관장모임카페'(헬관모)에 따르면 서울·경기·부산 등 지역에서만 1천여 헬스장이 오픈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중 300곳은 평소처럼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고, 700곳은 항의의 표시로 회원은 받지 않고 문만 열어두고 있다.
이 같은 오픈시위는 지난 주말 헬스장 업주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앞서 지난 1일 대구 달서구의 한 헬스장 겸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50대 관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부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 '형평성' 있는 정책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청원글이 아니"라며 "코로나와의 전쟁이 시작된 거의 1년 동안 전체 업종 대비하여 실내체육시설의 거리 두기의 여파가 상상도 못할 만큼 아주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거의 1년 가까이 영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20년 4월 첫 거리두기 영업제한 정책부터 식당, 카페, 목욕탕은 일부 영업을 허용하면서 체육시설에만 강력한 잣대를 대고 있다. 이는 모호한 방역기준으로 실내체육시설을 집합제한 업종으로 분류해 결국 이번 12월 거리두기를 기점으로 많은 실내체육시설들이 줄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체육시설은 '실내냐 실외냐', '샤워장·공용용품 사용제한', '시설 크기 대비 사용 인원 제한', '운동 구역 구분', '회원 예약제 관리' 등에 따라 시설 운영에 대한 융통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전날 기준 약 17만6천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편 질병관리청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전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헬스장 등의 단체행동에 대한 대처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합금지하는 업종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잘 알고 있다"며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송구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시설간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형평성에 대한 부분과 또 사회적 거리두기의 각 시설별, 업종별 위험도 또는 조치내용에 대해서는 계속 평가해서 보완하도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대본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