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방해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원은 방역당국이 신천지에 교인명단과 시설현황을 요청한 것이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일으킨 BTJ 열방센터, 사랑제일교회 등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처 처벌이 어려워지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위 신도·시설 명단 제공…무죄 이유는?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 이한형 기자
이만희 교주가 받고 있는 혐의 중 감염병예방법 위반의 유무죄를 가른 것은 역학조사의 내용이다.
검찰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당국의 활동을 역학조사로 봤고, 법원은 법 조항에 명시돼 있는 내용만을 역학조사로 한정했다.
감염병예방법에서 의미하는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등의 발생 규모 파악, 감염원추적,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원인 규명을 위한 활동'을 뜻한다.
자세한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는데, 감염병환자 등의 인적사항, 발병일, 발병장소, 감염원인, 감염경로, 환자의 진료기록 및 그 외 감염병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 등이 대상이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신천지 측에 전체 신도명단과 시설현황을 요청한 바 있다.
신천지 측은 일부 신도·시설을 제외하고 허위 자료를 제공했고, 검찰은 이를 역학조사 방해로 보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 교주 등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염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신천지 시설과 교인명단을 요구한 방대본의 행위는 역학조사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설명단 요청 역시 역학조사가 아닌 '역학조사를 위한 준비단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에 해당해야 피고인이 일부 정보를 누락해 제출한 것이 역학조사 방해행위가 된다"며 "역학조사 자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 감염병법 위반의 점은 죄가 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사실을 속인 것이 아니라 기초가 되는 사실, 즉 신도 명단과 시설 현황을 거부한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며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 관련 법 조항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염병예방법 무죄…어떤 영향 미칠까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이한형 기자
지난해 2월 발생한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이외에도 역학조사 거부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사례는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지난해 8월 12일 교인이 최초 확진된 이후 1천17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교회 측은 역학조사를 위해 CC(폐쇄회로)TV 제공을 요청한 성북구청의 요구를 무시하고 해당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논란을 낳고 있는 BTJ 열방센터 역시 지난해 11월 27∼28일 열방센터 선교행사 참석자 500명 명단을 내놓으라는 상주시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관련 확진자는 660명을 넘어섰다.
법조계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은 시점에서 그 어느 재판부도 쉽게 유죄를 선고하진 못할 것"이라며 "사회적 비난은 거세겠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지 않는 이상 사랑제일교회, BTJ 열방센터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역학조사 준비단계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