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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광주

    "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①]
    '착한 형'이던 10대 보육원생의 세밑 극단적인 선택에 '충격'
    18살에 홀로서기 해야 하는 보육원생들의 극단적 선택 잇따라
    퇴소한 보육원생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회로 내몰려
    도박에 빠지고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범죄에 노출되기도
    보호종료아동 한 해 평균 2500여명에 달해

    김한영 기자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 2천 5백여 명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될 경우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의 보호아동들은 최소 만 18세가 되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다보니 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법적·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는 아이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불법 도박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CBS노컷뉴스는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를 마련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계속)

    지난 2020년 12월 29일 광주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A군의 장례가 치뤄졌다. 김한영 기자

     

    지난해 말 고등학생 A(18)군이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숨진 A군이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부모에게 버려져 평생을 보육원에서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특히 A군이 보육원 내에서 착한 형으로 불리며 동생들이 많이 따랐고 전국 공모전에서 수상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는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보육원생의 극단적인 선택은 A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4년 보육원에서 퇴소한 허모(26·여)씨는 자립한 지 1년만인 2015년 보육원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2명을 잃었다.

    허씨는 "친구들이 취직을 하더라도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삶이 맘대로 되지않고 버거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씨는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자기주도적 삶이 아닌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 있다"며 "보육원 퇴소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퇴소한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박 등에 빠지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등 사회 부적응 사례가 잇따른다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지난 2015년 극단적으로 세상을 떠난 한 보호종료아동의 묘비. 허모씨 제공

     

    대다수의 보호종료아동들은 어린 나이에 아무 준비 없이 사회로 나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다.

    허씨는 "보육원에서 홀로서기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하고 경제 교육도 실시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허씨는 대학에 진학하면 보호 연장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대학 진학 1년 만에 보육원을 퇴소하기도 했다.

    보육원 뿐만 아니라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광주의 한 그룹홈에서 지내는 대학생 김모(22)씨.

    내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면 김씨는 지금 지내는 그룹홈에서 퇴소해야 한다.

    김씨는 "친구들을 제외하면 주변에 조언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어 걱정이 크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 "먼저 자립한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지원받은 자립 정착금 등도 대부분 금방 소진하고 신용 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국의 280여개 아동양육시설(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보호가 종료되는 아동은 한해 평균 2500여명.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만 18세가 되면 예외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부모 밑에서 진로를 고민할 또래보다 10년 이상 사회에 먼저 나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아직은 어린 '18살 어른들'의 고단한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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