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연합뉴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가 카카오의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투자전문회사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회사다.
최근 김 의장이 부인과 두 자녀에게 각 6만주(264억원 상당)를 증여한 가운데 아들 딸 모두 '아버지 회사'에 재직 중인 사실도 드러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분 증여와 경영 수업으로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정보기술(IT)업계 및 카카오에 따르면 김 의장의 아들인 상빈(1993년생)과 딸 예빈(95년생)씨는 약 1년 전부터 케이큐브홀딩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직급이나 내부에서 담당하는 일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전체 지배구조는 김 의장과 케이큐브홀딩스가 각각 카카오의 1·2대 주주이고, 이를 통해 계열사 100여곳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여 이후 카카오의 김 의장 개인 지분은 13.74%,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은 11.21%로, 둘을 합친 카카오 지분은 24.95%다.사실상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지주회사격인 셈이다.
2020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케이큐브홀딩스의 직원 수는 5명으로, 그해 급여 지출이 14억원에 이른다. 두 자녀는 해당 공시 이후인 2020년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 김 의장의 개인 회사이며 카카오와의 연결고리가 없고 자회사나 종속회사가 아니다"라며 "자녀들이 해당 회사에 다니는 것과 승계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자녀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실제 재벌식 오너 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해왔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중요시해왔다는 평가다.
보통 기업 대표는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김 의장은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라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경영중이다.
업계에서는 주식 증여나 자녀들의 회사 근무가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정 세금을 투명하게 다 내면서 증여하고 자녀들이 아버지 개인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을 가지고 지적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증여나 자녀가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모습은 대기업 승계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면서 "증여 이슈와 맞물려 이목이 쏠리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