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예술인센터에서 열린 ‘BJC초청 토론회’ 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K 배터리' 소송전(戰)에 대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우려' 발언에 양사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SK 측이 원만한 협상을 통한 해결이 '국민적 바람'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LG 측은 "합의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원칙론을 펴면서도 구체적인 입장 발표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양사는 오는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일정에 앞서 SK 측이 책임에 대해 LG 측에 지급하는 '보상금'의 액수와 관련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액을 좁히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정 총리가 발언을 함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양사의 소송에 대해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정 총리는 자신이 직접 양사 최고 책임자들과 소송전과 관련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낯이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야겠는가. 빨리 해결하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명의로 된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소송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 대표는 "오늘 국무총리께서 우려를 표한 것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하여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대로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 대표의 발언은 'K(한국산)배터리'의 중요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소송과 국익 사이의 괴리를 지적한 정 총리의 입장과 맥이 닿아 있다.
연합뉴스
ITC 판결에서 불리한 입장인 SK 측으로선 '빠른 협상'을 주문한 정 총리의 발언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2019년 4월 LG화학(에너지솔루션이 이어받음)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양사는 국내외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를 두고 여러 분쟁을 벌이고 있다.
LG 측은 길지 않은 입장문을 냈다. "배터리 소송 관련, 당사는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며 원론에 가까운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곧 이어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해 상대 측의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현재 양사간 보상금 협상은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이견 때문에 타결되지 않고 있다. ITC 판결 전 협상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주류였던 데 비해 정 총리의 발언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과 정부가 민간 기업의 지적 재산권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