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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병원' 인천 길병원, 파업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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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전담병원' 인천 길병원, 파업 장기화 우려

    '교섭 파행' 보건의료노조 길병원 지부, 지난 21일부터 부분 파업 돌입
    노조 출범 이후 병원과 극한 대립
    시민사회단체 "교섭은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하는 과정" 해결 촉구

    길병원 전경. 사진 길병원 제공

     


    인천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노사갈등으로 인한 파업이 발생해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정당 등도 사태 해결을 촉구했지만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19차례 교섭 끝에 '파행'…노조 부분파업 돌입

    31일 길병원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길병원지부(이하 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병원과 노조가 이어온 단체교섭이 파행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7차례의 단체협상과 2차례의 노동위원회 조정회의 등 총 19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가 최종적으로 병원에게 요구한 사안은 △넉넉한 근무복 지급과 세탁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상여금 차별 금지 △20년 이상 근무 사원에 대한 주임 승진 기회 제공 △노조 조합원 교육 참석 인원 보장 △기본급 인상 등이다.

    병원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열흘을 넘어서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와 병원 양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병원 내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협의한 사항과 동일한 내용만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길병원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 등 2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앞서 병원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코로나19 위로금 7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길병원 노조는 기존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활동하다가 3년 전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출범하면서 복수노조가 됐다. 기존 노조가 수간호사 등 중간 관리직급 조합원이 다수 포함된 반면 새 노조는 일반 간호사들이 주로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 노조 출범 이후 병원과 극한 대립…파업 장기화 우려

    새 노조와 병원 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데는 노조 출범 이후 잦은 충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길병원과 새 노조는 노조 출범 이후 최근까지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일례로 지난해 초에는 응급실 간호사 탈의실 문제로 병원과 노조가 대립했다. 기존 탈의실이 안전과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노조의 지적이 나오자 병원은 탈의실을 다른 건물 지하로 옮겼다. 지하 주차장 일부와 해부실습실을 개조해 마련한 것인데 노조는 "시건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손만 뻗으면 탈의실 내부 촬영도 가능한 구조여서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사태가 커지자 병원은 '임시 탈의실'이라고 해명했지만 병원 내부 일을 외부에 알린 점은 유감이라며 노조에게 섭섭함을 내비쳤다. 노조는 탈의실 변경 공고문에는 임시로 사용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근무복이 부족해 코로나19 치료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일부가 환자복을 입고 일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병원과 노조가 대립했다. 병원은 내부 일을 외부에 알리는 노조에게 서운함을, 노조는 외부에 알려야만 바뀌는 병원에 실망을 드러냈다. 당시 병원은 갑자기 늘어난 근무복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최근에는 병원 내부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가 불거졌다. 노조는 단체교섭 기간 동안 직원과 환자 동의없이 CCTV를 설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진자 발생시 동선 파악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맞섰다.

    노조는 병원이 조합원을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 대우하는 방식으로 노조 와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노조 설립 초기 1천여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는 3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병원은 노조가 업무 보다 내부 문제를 사사건건 외부에 알리는 데만 집중하면서 이에 지친 직원들이 탈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28일 인천지역연대와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인천 남동구 길병원 앞에서 파업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

     


    ◇ 시민사회단체 "교섭은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하는 과정" 해결 촉구

    이번 파업은 부분파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걱정이 더 크다. 지난해 말 이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길병원은 인천 남동구와 연수구 등 주로 신도시 지역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 시민사회단체도 병원과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시민사회단체인 인천지역연대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양측에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섭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노조도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이 사태를 방관한다면 시민사회로부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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